안기부 X파일 사건


안기부 X파일 사건

가. 출처: 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wiki/%EC%95%88%EA%B8%B0%EB%B6%80_X%ED%8C%8C%EC%9D%BC_%EC%82%AC%EA%B1%B4


나. 개요

안기부 X파일 사건은 2005년 7월, 문화방송의 이상호 기자가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내용을 담은 90여분짜리 테이프를 입수하여 삼성그룹과 정치권 및 검찰 사이의 관계를 폭로한 사건이다.

삼성그룹과 언론사가 1997년 대선 당시 특정 대통령 후보에 대한 자금 제공을 공모하고 최고위급 검찰 간부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을 논의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 사건을 통해 고질적인 정경유착, 문민정부를 자청했던 김영삼정부의 불법 도청 사실, 국가정보기관에 의해 일상적으로 행해진 광범위한 불법 도청 문제, 사건 수사 기관 선정 및 수사 방법, 삼성그룹에 대한 소극적 수사, 국민의 알권리 충족 문제, 언론의 보도 경향, 재판의 공정성 등이 도마에 올랐다.

1. 사건 배경

가. 미림 특별 수사팀

미림(美林)팀은 1960년대 중반 중앙정보부가 정치인 등 주요 인사들의 동향 파악을 위해 운영하던 정보 수집팀의 별칭으로 미림이라는 팀명은 고급 술집의 마담 등을 협조자(속칭 '망원')로 활용한 데서 비롯됐다. 내부적으로는 '여론조사팀'이 공식 명칭이었다.

안기부는 노태우 정부 말인 91년 9월 공운영씨를 팀장으로 조직을 정비하면서 도청장비를 이용한 첩보수집에 들어갔으나 대선 직전인 92년 12월 보안 문제 등 때문에 활동이 중단되었다가 이어 문민정부 출범 이후인 94년 6월 2차 미림팀으로 재건돼 97년 11월까지 활동했다. 검찰은 2차 미림팀이 활동한 3년5개월 동안 하루 1개, 일주일에 5개씩 모두 1000여 개의 불법 도청 테이프가 생산된 것으로 추산했다. 미림팀의 도청 대상은 여야 최고위 정치인, 언론사주, 청와대 수석, 국무총리, 보안사령관, 참모총장 등이 망라되었다.[2]

나. 독수독과(毒樹毒果)이론의 적용

독수독과이론(또는 독수과실의 이론, Fruit of the poisonous tree)이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毒樹)에 의하여 발견된 제2차 증거(毒果)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즉, 고문이나 불법도청 등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한 자료는 재판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음을 뜻한다. 영미법에서 발전되었으며, 1929년 미국 대법원의 'en:Silverthrone Lumber Co. v. United States'사건에서 에서 처음 다루어졌다. 'en:Fruit of the poisonous Tree'라는 명칭은 1935년의 'en:Nardone v. United States'에서 최초로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의 형사소송법과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적용되어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도 인정되고 있다. 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의 경우 불법적인 도청에 의하여 수집된 도청테잎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이론적 근거로 사용되었다.

다. 언론 보도 과정

방송국 내부사정으로 이 사건에 대한 취재가 중단되었다가 이상호 기자가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남긴 <기자의 아내>라는 글이 한겨레를 통해 보도된 2005년 2월경부터 언론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MBC는 도청자료의 출처가 명확해지고 안기부가 도청을 하여 작성하였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인정되지 않는 한 보도가 불가능 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던 중 인터넷 언론매체인 ‘데일리 서프라이즈’가 2005년 6월 8일 ‘MBC와 이상호 기자는 침묵을 깰 때’라는 기사를 게재함으로써 ‘x파일’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그 후 7월 21일 조선일보 및 KBS가 안기부 도청실태와 X파일의 대강의 내용을 보도하자 MBC도 내부적으로 이를 보도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이학수와 홍석현은 문화방송을 상대로 테이프 관련 내용을 일체 보도하지 말 것을 내용으로 하는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가처분결정을 내렸다. MBC는 당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당사자들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모 중앙일간지 사주와 대기업의 고위관계자라는 내용의 뉴스를 보도 하였다. 그 후 다른 언론기관이 가처분결정에서 거론 되지 않은 녹취보고서 3장을 토대로 실명을 직접 거론하는 보도를 하게 되자 MBC는 다음날인 2005년 7월 22일부터 27일까지 X파일의 내용을 보다 상세히 보도하게 되었다.

2. 사건의 전개

가. 미림팀의 활동과 불법도청(1992년 ~ 1998년)

선린상고를 졸업하고 1967년 중앙정보부 9급 공채를 통해 중앙정보부 요원이 된 공운영씨는 1992년, 안기부 대공정책실 정보관에서 비밀도청을 전담하는 미림팀장에 발탁된다. 1992년 대선에서 승리한 김영삼 대통령은 김덕씨를 국가안전기획부장으로 임명하며, 김덕씨는 취임 직후 불법도청팀 미림팀을 해체한다. 그러나 94년 2월, 오정소씨가 대공정책실장에 부임하며 미림팀은 다시금 부활하게 된다. 국내외 주요인물에 대한 도청을 전담했던 미림팀은 서기관 1명, 사무관 1명, 주사 2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이 조직은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기 이전인 98년 2월까지 운영되었다. 이미 한번 팀의 해체를 경험한 공운영씨는 미림팀장으로 재직 중 퇴직 후를 대비하여 불법도청으로 취득한 도청 테이프를 밀반출 보관하였으며, 이 도청테이프의 숫자는 퇴직직후 200여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후 1995년 3월, 미림팀을 부활시킨 주역이며 안기부 대공정책실장이었던 오정소씨는 정형근씨의 뒤를 이어 안기부 제1차장으로 승진한다.

1997년, 안기부 미림팀은 대선자금과 관련한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과의 대화내용을 3차례에 걸쳐 도청하게 된다. 서울 S호텔에서 이루어진 미팅의 일자와 대화내용은 1997년 4월 7일,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들에 관한 지원방안에 관한 대화이며, 같은 해 9월 9일과 10월 17일에는 여야 대선후보들에 대한 자금지원방안이었다.

1998년 국민의 정부를 표방한 김대중 정권이 출범하자 미림팀은 다시금 해체되고 공운영씨는 국정원에서 면직(免職)당하게 된다. 이에 동료 임모씨를 통해 소개받은 재미교포 박인회씨에게 문제의 도청테이프를 전달한다.(전달한 동기에 대해서는 당사자간 의견이 갈린다) 1999년, 재미교포 박인회씨는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등 삼성 관계자들을 수차례 만나 거액의 금품을 요구하였으며, 김대중 정권의 실세였던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에게도 녹취록을 전달한다. 삼성은 박인회씨의 거액의 금품 제의를 모두 거절하였다. 삼성의 제보를 받은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은 국정원 감찰실에 X파일 회수를 지시하기도 하였다.

나. 도청테이프의 입수와 폭로(2004년 ~ 2005년)

x파일로 인하여 아무런 이득을 취할 수 없을을 인지한 박인회씨는 2004년 10월, 이상호 MBC 기자에게 X파일의 실체를 제보한다. 이들의 만남은 2004년 12월 말에서 2005년 1월 초 이상호 기자가 미국에 취재출장을 가는 형태로 이루어졌는데, 미국출장 직후 이상호 기자는 ‘구찌 스캔들’의 폭로로 유명세를 타고 있던 기자였다. ‘구찌 스캔들’이란 이상호 기자가 미국출장을 떠나며 개인홈페이지에 ‘기자와 아내’라는 글을 올렸는데, SBS의 대주주인 태영건설의 변모회장이 저녁회식자리에서 동석하고 있던 동료기자와 자신에게 100만원 상당의 구찌 핸드백을 전달했고, 이것이 과한 선물이라고 판단하여 바로 돌려주었지만 물의를 빚은데 사과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실이 한겨레 신문의 보도를 통해 이슈화되었던 사건이다. 한편 이 글에서 이상호 기자는 미국출장길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기도 하였다. 다음은 이상호 기자의 글 '기자와 아내'의 내용 중 일부이다.

…나는 이제 2시간 후면 먼 나라 미국으로 출장을 떠난다. 그곳엔 더 큰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일생일대의 시험과 나는 맞서게 될 것이다.
…또한 밤잠을 포기해가며 지금껏 구찌 핸드백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고 있는 것도 모두 이번 출장의 성격 때문이다.
이번 출장은 자본에 대한 깊은 성찰을 수반하는 일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향후 기자의 숙명은 자본을 경계하는 일이다. 기자의 본분은 시장을 감시하는 일이다.
이 모든 일은 기자가 자본으로부터의 순수성을 지키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모두 자본과 시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기자라면 젖어서는 안 될 일이다. 자본의 공세에 한번 젖게 되면, 해일에 몰디브가 잠기듯 한순간에 끝난다.
자본에 젖은 기자는 앞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기자상을 자임할 수 없는 것이다.…(중략)
…오늘 떠나면 나는 내년 초에 돌아올 계획이다.
나의 출장계획이 누군가에게 알려질 경우, 나는 이곳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음을 안다.
그리고 각오한다.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은 자본의 심장에 도덕성의 창을 꽂는 일. 이를 위해 기자는 어쩌면 목숨 보다 소중한 것을 걸어야할 수도 있다.
불명예와 누명.…자본은 자기 보호를 위해 그 보다 더한 오명을 기자에게 씌우려할 것이다. 두려운 가운데 형용할 수 없는 비장미가 느껴진다.
분명한 것은 나의 삶은 이번 출장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분기점이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대의 좌판 위로 주사위는 던져졌고, 활은 시위를 떠났다.
그저 담대하게 운명의 길을 걸어가리라.…

 
- 이상호, <기자와 아내> 중 일부 발췌

결국 이상호 기자는 미국출장 중 박인회씨와의 접촉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안기부 도청테이프의 실체와 내용 입수하게 된다.
이에 즈음하여 2005년 1월 12일 양문석 EBS정책위원은 ‘이상호기자 미국취재출장 그것이 궁금하다’라는 칼럼을 경향신문에 기고하였다. 이 글에서 필자는 이상호 기자가 취재하는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취재내용에 대해서 MBC가 이 사안의 취재 및 보도권을 보장해줄 것을 주장하였다. 2005년 1월 13일 이상호기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출장이 정언유착에 관한 내용임을 언급하였고, MBC는 특별취재팀을 가동하여 보충취재에 나선다. 이때부터 ‘이상호 기자가 수구언론의 결정적인 비리를 포착했다’, ‘이상호 기자가 목숨보다 소중한 것을 취재했다’는 소문이 언론가에 돌기 시작한다. 2005년 6월 8일, 양문석 EBS정책위원은 다시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MBC와 이상호, 이제는 말할 때’라는 칼럼을 기고한다. 2005년 6월 16일 MBC 보도국 간부회의는 안기부의 X파일 보도를 불허한다. 법률 자문 결과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되어 보도가 불가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결정에 반대하는 MBC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는 강성주 당시 보도국장에게 보도불가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하였고 MBC기자회에서도 다음날 보도국장에게 구두로 항의하였다. 한편 일부 기자들을 통하여 이 사건의 존재가 새어나가 2005년 7월 21일, 조선일보는 안기부의 극비조직이었던 ‘미림팀’의 존재에 관하여 먼저 보도한다. 이를 의식한 MBC는 마침내 7월 22일, MBC뉴스데스크에서 안기부 X파일을 집중보도한다. 보도의 내용은 삼성그룹이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을 통해 97년 대선에서 약 100억원의 대선자금을 제공하였으며, 전ㆍ현직 검사들에게 수천에서 수억에 달하는 떡값을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다. X파일의 폭로 이후(2005년 ~ )

MBC뉴스데스크의 폭로는 방송 즉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다음날인 7월 23일, 여권과 시민단체에 의해 홍석현 당시 주미대사의 자진사퇴론이 급부상하였다. 7월 24일에는 전 미림팀장이며 사건의 당사자 중 한명인 공운영씨가 SBS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입 열면 안 다칠 언론사가 없다”는 논지의 주장을 하여 파문을 증폭시켰다. 같은 날 MBC뉴스데스크에서는 97년 삼성그룹이 기아자동차 인수를 시도하며 기아자동차가 은행에서 대출받은 수천억의 자금을 일거에 상환하도록 정치권에 로비하여 부도나게끔 만들었고, 그것이 결국 IMF를 불러왔다는 내용과 삼성그룹이 검찰 고위층 10여명에게 정기적으로 촌지를 전달했다는 추가적인 내용을 폭로하였다. 이에 천정배 당시 법무부장관은 X파일에 언급된 떡값 검사를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중앙일보는 7월 25일 '다시한번 뼈를 깎는 자기반성 하겠습니다'[4]라는 사설을 발표하고, 삼성그룹에서도 대국민사과문[5]을 발표한다. 이날 참여연대에서는 삼성 등 불법대선자금 관련자 20여명을 검찰에 고발하였다. 주요인사의 언급도 이어졌는데, 천정배 당시 법무부장관은 X파일 사건에 관하여 성역 없이 조사하겠다고 언급하였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도청은 부끄러운 일이며, 철저히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같은 날, 조사를 맡은 국정원은 재미교포 박인회씨에게 출국정지 조치를 내린다.
7월 26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안기부 X파일에 대한 특검을 요구한다. 하지만 특검을 둘러싼 여야 각당의 입장차이와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안기부 X파일 특검법안은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였다. 검찰은 X파일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하였으며, 홍석현 주미대사가 X파일 파문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였다. 같은 날 전 미림팀장 공운영씨는 경기도 분당의 자택에서 딸을 통해 기자들을 불러모은 뒤, A4 13장 분량의 친필 자술서를 전달한다. 그리고 당일 오후 6시 15분경, 자택에서 복부에 4차례의 자해를 시도하였다. 공운영씨는 자해 직후 발견되어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긴급수술을 받아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7월 27일, 한겨레신문은 안기부 녹취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관한 내용이 누락되었음을 보도하였다. 당일 천정배 법무장관과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논의하는 특검 도입에 관하여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힌다. 검찰은 재미교포 박인회씨를 X파일 유출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공운영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여 도청테이프 274개와 녹취록 13권을 압수한다. 한편 법무부는 오정소 전 안기부 제1차장 등 10여명에 대하여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다.

8월 5일, 이상호 기자는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위하여 검찰에 출두하였고, 중앙일보는 '중앙일보 기자들은 다짐합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다시 게재하였다.
8월 17일, 참여연대와 언론노조 등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된 삼성 불법뇌물 공여사건 등 정경검언 유착의혹 및 불법도청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X파일 공대위)를 발족하여 활동을 시작하였다.[9] 8월 18일, X파일 녹취록을 입수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개원과 동시에 삼성떡값을 받은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하였고, 월간조선 9월호는 자체입수한 안기부 X파일의 전문을 기사에 공개하였다. 불법적으로 취득한 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함에 따라 노회찬 의원과 월간조선 편집장인 김연광씨는 이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혐의로 검찰의 조사와 재판을 받게 된다.
12월 14일, 검찰 도청수사팀은 불법도청 및 X파일 수사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이학수, 김인주, 홍석현 등은 공소시효 만료로 무혐의 처분되었으며, X파일을 폭로한 이상호 기자, 김연광 월간조선 편집장 등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되었다. 당일 검찰수사결과에 반발하는 민주노동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의 단체들은 검찰 규탄집회를 개최하였다.
12월 16일, 이상호 기자는 안기부 X파일 보도로 2005년 민주시민언론상을 수상한다. 이후 이상호 기자는 '2005년 올해의 기자상'도 수상하게 된다. 이후 계속적인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2006년 8월 4일 천용택 전 국정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였으며, 8월 19일에는 헌정사상 최초로 국정원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벌였다. 10월 26일, 검찰은 전 국정원장인 신건씨과 임동원씨를 불법도청의 공범으로 지목하였으며, 이 두 사람은 11월 15일 구속된다. 한편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던 이수일 국정원 전 제2차장(당시 호남대 총장)은 11월 20일, 검찰수사의 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였다.

3. 재판의 진행

가. 검찰의 기소

MBC는 사건보도에 있어서 도청 녹취록인 이른바 '안기부 X-파일'에 나오는 전, 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의 이름을 이니셜로 처리하여 비실명으로 보도했다. 이는 언론의 입장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실명으로 공개하기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고,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한편 X-파일의 원본을 입수한 노회찬 전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 등에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사건이 법적분쟁으로 치닫게 된다.

그러나 검찰 측은 당시 X파일에 중대한 범죄정황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공소시효가 완료되었다는 점과 증거자료 자체가 불법 도청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등 이 사건을 수사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언론, 방송과 참여연대의 고발로 검찰은 수사에 착수하였고, 고발 이후 142일간 X파일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05년 12월 14일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 이학수 부회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을 횡령혐의로 처벌하기 어렵고 뇌물공여혐의도 공소시효완료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X파일 내용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하였다.

나. 재판 경과

(1) 이상호, 김연광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8. 11선고 2006고합177)
2006년 8월11일 서울중앙지법 제24형사부는 X파일에 담긴 내용이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공익적 사항과 직결돼 있다고 하여, 비록 이 사건보도가 통신비밀보호법 제 16조 제1항 제2호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도목적의 정당성, 법익의 균형성, 수단의 상당성 및 비례성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이상호 기자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으며,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에 대해서는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나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 상당성과 비례성을 갖지 못한다고 하여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그 선고를 유예했다.

2심(서울고등법원 2006. 11. 23선고 2006노1725)

그러나 2006년 11월 23일 서울고등법원 제9형사부에서 열린 항소심은 이 사건의 대화내용이 국가안전보장, 사회질서의 수호 등을 위해 부득이하게 보도할 수밖에 없는 대상으로 평가할 수 없고 실명을 공개한 점, 대화 내용이 8년 전의 대선정국인 점, 불법에 오염되지 않은 자료를 발굴, 보도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의 요건을 충족치 못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1심판결을 뒤집고, 이상호 기자 또한 유죄로 판단하고 형의 선고를 유예했으며, 김연광 편집장에 대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했다.

최종심(대법원 전원합의체 2011. 3. 17선고 2006도8839)

이러한 원심판결에 대해 피고측은 다시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위법성 조각사유에 대해서도 통신비밀의 취득과정, 보도에 의하여 공개된 대화의 내용, 보도 목적과 방법 등에 있어서 언론기관의 보도에 의한 통신비밀 공개행위에 대해 위법성 조각사유를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시함으로써,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상호에 대해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형이 확정되었고, 김연광에게 1심에서 선고된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형 역시 항소심 상고심이 모두 기각됨에 따라 형이 확정되었다.

(2) 노회찬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2. 9선고 2007고단2378)

재판부는 녹취록상 실제로 떡값을 지급한 내용이 아님에도 실제 지급하는 것으로 암시하여 발표하였고, 그 내용이 불법 도청에 의하여 취득되어 진실성을 확인할 수 없으며, 따라서 발표하는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는 이유로 해당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과 형법에서 정하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유죄이며, 피고인이 주장하는 정당행위나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보충성의 요건이나 수단의 상당성 등이 인정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다.
다만 피고인이 국정활동을 수행하는 자로써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제기하여야 할 정당성이 있으며, 그동안 충실하게 공무를 수행해온 점과 이상호 기자의 형량 등을 고려하여 징역 6월,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정했다고 판시하였다.

2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12. 4선고 2009노520)

원심 판결에 대해 피고측에서는 명예훼손죄의 ‘사실의 적시’부분의 해당여부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정당행위의 적용 등에서 법리오해를 범하였다고 항소하였고, 검사측에서는 양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역시 항소하였다. 재판부는 녹취록에서 언급한 인사의 직책 등이 내용이 사실과 일치하고 언급된 표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때 녹취록이 일반인이라면 사실이라는 강한 추정을 품을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재판부는 검사측에서 녹취록에 언급된 전직 검사들이 금품을 받지 않았다는 입증을 게을리하였으며, 삼성측에서 금품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입증 또한 게을리 하였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은 형법 31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여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아 무죄라고 판결하였다.
기자들에게 검사 명단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배포한 부분에 대하여는 국회 내에서 행해진 국회의원의 활동으로 보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적용되어 무죄로 판단하였으며, 인터넷에 명단을 공개한 점에 대해서는 형법상 정당행위를 인정하였다. 따라서 보도자료 배포에 의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혐의의 공소를 기각하였다.

최종심(대법원 2011. 5. 13선고 2009도14442)

대법원은 피고인이 국회의원회관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한 행위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해당하는 직무수반행위라고 판단하여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혐의의 공소를 기각하였다.
또한 인터넷에 명단을 게재한 행위에 대하여 형법 20조 정당행위로 판단한 원심에 대해서는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인터넷에 실명을 게재한 행위는 방법의 상당성을 결여하였고, 명단이 공개하여 발생하는 이익과 통신비밀을 유지하여 발생하는 이익과의 이익형량에서 전자가 우월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법익의 균형성도 결여하였다고 보아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인터넷 홈페이지에 명단을 게재한 부분에 대하여 원심으로 파기ㆍ환송하였다.

헌법소원(헌법재판소 2011.8.30선고 2009헌바42)

노회찬 의원은 재판진행과는 별개로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1항 2호에 대하여 표현의 자유와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청구인측의 주장을 세부적으로 보면
1. 불법취득한 대화내용을 공개하는 행위를 처벌하면서 중대한 공익을 위해 공개한 경우에 형법 310조처럼 위법성을 조각하는 특별규정을 두지 않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점
2. 불법하게 대화내용을 취득하여 공개한 것과 대화내용을 불법하게 취득하기만 한 행위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여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 점
3. 해당조항에 특별규정을 두지 아니함으로써 특별규정이 존재하는 명예훼손죄를 저지를 자와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받는 점을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2011년 8월 30일 결정한 판결에서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문내용 중 '대화의 내용'에 한정하여 심사를 진행하였다. 재판부는 7(합헌):1(한정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위 조항이 불법 취득한 타인간의 대화내용을 공개한 자를 처벌함에 있어 형법 제20조(정당행위)의 일반적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규정을 적정하게 해석ㆍ적용함으로써 공개자의 표현의 자유도 적절히 보장될 수 있는 이상, 위 조항에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특별규정(형법 310조)과 같은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특별규정을 두지 아니하였다는 점만으로 기본권 제한의 비례성을 상실하였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2.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통신비밀법 제16조 1항 2호는 서로 보호하는 보호법익이 다르기 때문에 이 둘을 비교대상으로 삼을 만한 본질적 동일성이 없어 평등의 원칙 위배가 아니다. 설사 비교대상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위법하게 취득된 대화내용을 공개한다는 점에서 명예훼손죄와 처벌필요성의 정도가 달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만 합헌결정에 대하여 불법 감청?녹음 등으로 생성된 정보를 합법적으로 취득한 자가 이를 공개 또는 누설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에도 이를 처벌하지 않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여 충돌하는 여러가지 기본권중 통신비밀의 보호만을 일방적으로 과도하게 보호하고, 표현의 자유보장을 소홀히 하거나 포기하여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되었고, 그 범위에서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재판관 이강국의 한정위헌의견이 있었다.

(3) 공운영, 박인회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12. 1선고 2005고단4570)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는 갈취혐의를 인정하였다. 국가의 조직을 이용하여 이 자료를 취득한 점 및 국가정보기관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막대한 지장과 혼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도청자료가 국가정보원직원법의 직무상 지득한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하였다.
재판부는 도청자료에 대해 두가지의 관점으로 나누어 살폈는데, 미림팀장으로서 안기부 요원들과 주요인사의 대화를 도청하여 도청자료를 제작ㆍ보관하고 있었다는 부분과 대선불법자금과 관련한 이학수와 홍석현의 대화내용에 관한 부분이 그것이다. 이 두가지 부분이 모두 국가정보원법 17조에서 규정하는 직무상 지득한 비밀에 해당하여 유죄라고 판단하여 공운영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 박인회씨에게는 징역 1년 2개월, 자격정지 2년의 실형을 각각 선고하였다.

2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2. 7선고 2005노4045)

원심 판결에 대해 피고측에서는 금전을 받으려 모의한 사실이 없으며 양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검사 측에서는 반대로 양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하였다.
재판부는 박인회 씨에 대한 혐의와 양형을 그대로 인정하였으나 공운영씨의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다른 판결을 내렸는데, 도청자료를 제작ㆍ보관한 점에 대하여서는 국가정보원법의 '지득한 비밀'에 해당하나 대선자금 지원방안 대화를 도청한 자료는 그것이 국가정보원법이 규정하는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에 해당하지 않고, 비밀의 영역은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해당 내용이 공개되더라도 국가정보원의 정보수집활동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국가정보원직원법 17조에서 규정하는 지득한 비밀에 해당하지 않아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다만 양형은 원심과 변동없이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1년 2개월 및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하였다.

3심(대법원 2006. 6. 16선고 2006도1368)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하여 직무상 도청테이프를 제작ㆍ보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정보원직원법의 지득한 비밀에 해당된다고 인정하였지만, 대선자금제공으로 인한 도청자료에 대해서는 국가정보원직원법상의 지득한 비밀에 해당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박인회씨에 대한 판결 또한 변동이 없이 각가 징역 1년 6개월, 징역 1년 2개월 및 자격정지 2년의 유죄를 확정하였다.

4. 주요 논점과 이슈

가. 국가기관의 불법도청

국가기관이 사인간 통신내용을 지득하기 위한 요건으로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7조). 하지만 이전부터 국가 정보기관의 정재계 인사에 대한 불법 도,감청 문제가 빈번히 대두되어 왔고, 이 사건 ‘인가부 X-파일’사건에 있어서도 정보 취득주체가 과거 ‘국가안전기획부’ 산하 ‘미림팀’임이 밝혀졌다.
지금도 국가정보원에 의한 불법 민간인 사찰에 대한 의혹이 커져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과거 미림팀이 부활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나. 언론의 자유와 통신비밀의 자유와의 충돌

진실을 밝혀 이를 적시하고, 건전한 여론을 형성해 나감으로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언론ㆍ출판의 속성은, 경우에 따라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근거하는 개인의 사생활 자유나 명예, 초상 등의 인격적 가치에 관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게 되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사이에 상충하는 영역이 있게 된다.
MBC 기자 등 언론인 2명이 과거 국가안전기획부 직원들이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정치자금 제공 등에 관해 나눈 대화를 불법 도청해 만든 '안기부 X-파일' 테이프를 입수·보도한 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도 불법정치 자금과 정경유착에 관한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한 언론의 자유와 불법도청의 통신주체인 당사자의 통신비밀의 자유의 충돌이 문제된다.

다. 공적관심의 대상과 관련한 공익성의 기준판단

‘안기부 X-파일’에 담겨 있던 내용은 대통령 선거정국에 있어서 비자금 문제와 관련이 있는 문제인 만큼, 보도내용이 중요한 공익적 사항과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보도행위 자체가 공적 관심사에 대한 공공의 관심사를 충족시켜주는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는지 여부가 언론보도의 ‘공익성’관 관련하여 문제된다. 특히 공익성의 판단기준 및 안기부 X-파일에 관한 보도행위에 있어서의 공익성 인정여부 관련하여 위법성조각사유의 요건에 포섭될 수 있는지가 형사상 논란이 된다.[14]

라.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기준과 한계

헌법 제 45조에 의하여 국회의원이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하여 국회 밖에서 책임지지 않는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노회찬 의원의 행동처럼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인터넷에 불법자료를 게재한 경우에까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적용될 수 있는가가 문제로 남았다. 대법원은 인터넷에 게재한 행동에 대햐여 면책특권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이 결정에 대한 반대론 또한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어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15]

마. 정치ㆍ언론ㆍ재벌의 상호유착관계

안기부 x파일의 가장 큰 문제는 재벌을 정점으로 한 정ㆍ언ㆍ경의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상호유착이다. 대통령 선거조차 재벌의 자본을 통해 치뤄지는 정치권, 재벌소유의 편향적 언론사, 이에 대한 수사기관의 봐주기식 수사와 비호는 권력집단의 어둡고 추악한 뒷거래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것이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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