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 아가씨 자살 사건


1. 횟집 아가씨 자살 사건

가. 부산고법 1996. 10. 30. 선고 96노502 판결
나. 위력자살결의(인정된 죄명:자살교사), 위력자살결의방조(인정된 죄명:자살방조)
다. 원심판결: 창원지법 진주지원 1996. 6. 14. 선고 96고합13 판결
     대법원판결: 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도2964 판결

2. 판시사항 및 판결요지

[1] 위력자살결의죄에 있어 위력의 정도 및 그 판단 기준

위력자살결의죄 내지 위력자살결의방조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피해자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 등의 위력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여 피해자가 그 의사결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여 피해자가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를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위력의 정도가 피해자의 의사결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피해자가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에 이를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위력의 강약 그 자체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며, 유형력을 행사한 당해 위력의 내용과 정도, 위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자살 당시의 정황 등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이 경우에 위력이 어느 정도에까지 이르렀는가는 구체적인 상황하에서 피해자의 단순한 주관이나 심리상태만에 의할 것이 아니라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행위의 내용이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여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를 정도의 것이었는가는 객관적인 판단에 의하여 결정해야 한다.

[2] 위력자살결의 및 위력자살결의방조죄로 기소된 것을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자살교사 및 자살방조죄로 인정한 사례

공소제기된 위력자살결의 및 위력자살결의방조의 범죄사실 중에는 자살교사 및 자살방조의 범죄사실이 포함되어 있고, 피고인들이 피해자로 하여금 자살을 하도록 한 경위 등에 대하여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졌으므로 피고인들을 그 공소사실에 포함된 자살교사 및 자살방조로 처벌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 불의의 처벌을 가하거나 그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력자살결의 및 위력자살결의방조죄로 기소된 것을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자살교사 및 자살방조죄로 인정한 사례.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1을 징역 10년에, 피고인 2를 징역 5년에 각 처한다.
   원심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163일씩을 위 각 형에 산입한다.
   압수된 플라스틱 통 2개(증 제1호)를 피고인 1로부터 몰수한다.


3. 판결이유
 
가.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1은 피해자(19세, 여)로 하여금 피고인 2와 헤어지도록 말로써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녀의 몸에 석유를 뿌려 불을 지를 것같이 겁을 주면, 그녀가 겁을 먹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더 이상은 남편인 피고인 2와의 관계를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서 피해자의 몸에 석유를 뿌린 다음에 라이터를 건네주면서 불을 붙여 보라고 한 것에 불과하다.

피해자가 그 의사결정의 자유를 상실하거나 피해자가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 무리가 아닐 정도로 폭행이나 협박 등의 위력을 가한 것이 아니다. 나아가 피해자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일 것이라고는 예견할 수도 없었다.

나. 판단

(1) 법리 판단

위력자살결의죄 내지 위력자살결의방조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피해자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 등의 위력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여 피해자가 그 의사결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여 피해자가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를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이것이 가해자의 살인의 범의와 아울러 비로소 위력자살결의죄 내지 위력자살결의방조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위력의 정도가 피해자의 의사결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피해자가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에 이를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위력의 강약 그 자체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며, 유형력을 행사한 당해 위력의 내용과 정도, 위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자살 당시의 정황 등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이 경우에 위력이 어느 정도에까지 이르렀는가는 구체적인 상황하에서 피해자의 단순한 주관이나 심리상태만에 의할 것이 아니라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행위의 내용이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여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를 정도의 것이었는가는 객관적인 판단에 의하여 결정할 것이다.

(2) 위력자살결의죄 내지 위력자살결의방조죄의 성립을 인정할만한 정도의 위력이 있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제반 사정

1) 어느 정도의 위력은 있었다.

피고인 1이 피해자를 대구에서 위 범행 현장까지 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으로 승용차에 태워서 데려온 다음 위 피해자에게 남편인 피고인 2와의 불륜관계를 청산하라고 요구하자 위 피해자는 "죽었으면 죽었지 헤어지지는 못하겠다."고 대답하였다. 이에 피고인 1이 18ℓ들이 석유 2통을 위 피해자의 몸에 뿌리고, 1회용 가스라이터를 위 피해자에게 건네주면서 "죽을 자신이 있으면 죽어라."고 말하여 어느 정도의 위력을 행사하자 위 피해자가 피고인 1로부터 건네받은 라이터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즉석에서 전신화염화상으로 사망하였다.

2) 그러나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여 피해자가 그 의사결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여 피해자가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

피해자는 1995. 11. 10.부터 같은 해 12. 26.까지 피고인들이 경영하는 횟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였는데, 1995. 12. 일자불상경 위 피해자와 피고인 2가 서로 성관계를 맺게 되면서 이로 인하여 피고인들 사이에 불화가 발생하게 되었고, 피고인 1이 위 피해자를 만나서 피고인 2와의 불륜관계를 청산할 것을 다짐받고는 위 피해자를 용서하기로 하여 계속하여 위 횟집에서 일하였다.
그러나 피고인들 사이에 그 문제로 인하여 불화가 계속되자 위 피해자는 더 이상은 위 횟집에서 일하지 못하고 대구에 있는 친구 공소외인의 집으로 가 버렸다.

그 후 1996. 1. 3. 위 피해자와 피고인 2가 서로 전화통화를 하다가 피고인 1에게 발각되어 피고인 1이 이를 따지기 위하여 피고인 2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거창에서 대구까지 가서 위 피해자를 만나 그 날 12:00경 위 피해자를 태우고서 다시 거창으로 돌아오면서 피고인 1이 위 피해자에게 피고인 2와의 관계를 단절할 것인지에 관하여 추궁하였으나 위 피해자는 헤어질 수 없다고 대답하였다.
이에 순간적으로 화가 난 피고인 1이 위 피해자를 죽이던지 살리던지 자신이 알아서 할 것이니 석유를 가져오라고 하여 피고인 2가 피고인들의 집에 있던 석유 2통을 자동차에 싣고 이건 범행 현장으로 가던 중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 2가 석유 1통(18ℓ)에 거창읍 대평리 소재 중동주유소에서 석유를 구입하였다. 피고인들이 위 피해자를 데리고 대구에서 이건 범행 현장까지 오면서 위 피해자를 폭행하지는 않았으나, 피고인 1이 피해자에게 "잘 대해 주었는데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는 죽어야 마땅하다."는 취지로 죽음을 암시하였다.

피고인 1이 위 피해자에게 "죽을려면 죽어라." 등으로 고함을 치면서 석유를 뿌릴 때에도 위 피해자는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서서 있었을 뿐 별다른 저항을 하지는 않았다. 피해자는 비록 당시 19세의 미성년의 소녀이기는 하지만 피고인 1이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하였다는 범행시간이 14:30경으로 낮시간이었고, 이건 범행의 장소는 경남 거창군 남상면 매산부락에서 감악산에 있는 연수사로 가는 중간지점의 산중턱의 밭으로서 도로에서 약 10m 정도 떨어진 곳으로서 도로에서 시야가 제한되지 아니한 곳이었다. 피해자가 피고인들로부터 도망하는 데에 별다른 장애가 있지는 않았다.

(3) 소결

피고인들에게는 위 피해자가 피고인 1의 집요한 불륜관계에 대한 추궁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은 나머지 스스로의 죄책감과 이러한 압박을 모면하고자 자살할지도 모른다고 인식하면서도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 할 것이지만, 피고인들이 위 피해자에게 가한 위력의 정도는 피해자의 의사결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피해자가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를 정도의 것이었다고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

판사  김진기(재판장)  윤윤수  이균용

4. 해설

(1) 피해자 스스로의 자살을 이용하여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자살교사죄와 위력에 의한 살인죄는 동일하다. 그러나 자살교사죄의 본질은 자살에 대한 공범이고, 위력에 의한 살인죄는 살인죄의 정범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결국 정범과 공범의 구별기준이 자살교사죄와 위력에 의한 살인죄를 구별하는 기준으로서 원용할 수 있다. 피해자의 자살에 대해서 그 관여자와 자살자 사이에 누가 행위지배를 가지고 있었는가에 따라 구별한다는 말이다.
즉, 자살교사죄는 피고인이 자살의 의사가 없는 자로 하여금 자살을 결심하고 자살하게 하였지만 자살의 구체적인 진행에 대해서는 자살자에게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경우이고, 위력에 의한 살인죄는 그 반대로 피고인이 자살의 의사가 없는 자로 하여금 자살을 결심하고 자살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살의 구체적인 진행에 대해서도 피고인에게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경우이다.

(2) 이 사건에서 부산고등법원은 "피고인이 위 피해자에게 "죽을려면 죽어라." 등으로 고함을 치면서 석유를 뿌릴 때에도 피해자가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서서 있었을 뿐 별다른 저항을 하지는 않았다는 점, 피해자는 비록 당시 19세의 미성년의 소녀이기는 하지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하였다는 범행시간이 14:30경으로 낮시간이었다는 점, 이건 범행의 장소가 경남 거창군 남상면 매산부락에서 감악산에 있는 연수사로 가는 중간지점의 산중턱의 밭으로서 도로에서 약 10m 정도 떨어진 곳으로서 도로에서 시야가 제한되지 아니한 곳이라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들로부터 도망하는 데에 별다른 장애가 있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가 의사결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피해자가 자살 이외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상황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았다. 자살행위를 지배한 것이 피해자이지 피고인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결국 피고인에게 자살교사죄를 인정하였고 석유를 사다 준 남편에게는 자살방조죄를 인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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