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대상이 아니었던 행위를 판례의 변경에 따라 처벌하더라도 형벌불소급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1. 대법원 1999. 9. 17. 선고 97도3349 판결

가. 판시사항
행위 당시의 판례에 의하면 처벌대상이 아니었던 행위를 판례의 변경에 따라 처벌하더라도 평등의 원칙과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나. 판결요지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는 것은 법률이지 판례가 아니고, 형법 조항에 관한 판례의 변경은 그 법률조항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이로써 그 법률조항 자체가 변경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행위 당시의 판례에 의하면 처벌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던 행위를 판례의 변경에 따라 확인된 내용의 형법 조항에 근거하여 처벌한다고 하여 그것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


2. 대법원 1999. 7. 15. 선고 95도2870 전원합의체 판결 【건축법위반】


가. 판시사항
 
구 건축법 제57조의 양벌규정은 위반행위의 이익귀속주체인 업무주에 대한 처벌규정임과 동시에 행위자의 처벌규정이다.

나. 판결요지
 
   [다수의견] 구 건축법(1991. 5. 31. 법률 제4381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54조 내지 제56조의 벌칙규정에서 그 적용대상자를 건축주, 공사감리자, 공사시공자 등 일정한 업무주(業務主)로 한정한 경우에 있어서, 같은 법 제57조의 양벌규정은 업무주가 아니면서 당해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가 있는 때에 위 벌칙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그 적용대상자를 당해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에게까지 확장함으로써 그러한 자가 당해 업무집행과 관련하여 위 벌칙규정의 위반행위를 한 경우 위 양벌규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행위자의 처벌규정임과 동시에 그 위반행위의 이익귀속주체인 업무주에 대한 처벌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보충의견] 대법원이 종래 양벌규정에 의하여 업무주 등이 아닌 행위자도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해석하여 온 구 건설업법(1995. 12. 30. 법률 제51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등의 벌칙규정의 경우에는 선행하는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에서 적용대상자를 업무주 등으로 한정하고 그 의무규정 등의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벌칙규정에서는 그 적용대상자를 별도로 한정하지 아니한 것과는 달리, 구 건축법에는 위와 같은 형식의 벌칙규정(제55조 제3호) 외에도,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에서는 적용대상자를 한정하지 아니하고 그 의무규정 등의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벌칙규정에서 비로소 적용대상자를 업무주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 경우(제54조, 제55조 제1호, 제2호, 제4호 등)가 있으나, 선행의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에서 그 적용대상자를 업무주 등으로 한정한 경우에는 벌칙규정에서 다시 처벌대상자를 한정하지 않더라도 위반행위에 관한 처벌대상자는 업무주 등으로 한정됨이 명백하므로 이를 다시 벌칙규정에서 한정하지 아니한 것일 뿐이고, 한편 선행의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에서 적용대상자를 한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위반행위에 관한 처벌대상자를 업무주 등으로 한정하기 위하여 벌칙에서 이를 규정한 것이라 할 것인데, 그러한 차이는 입법기술적인 면에서 비롯된 규정형식상의 차이에 불과할 뿐이며, 어느 경우든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의 위반행위에 관한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자가 업무주 등으로 한정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각각의 경우에 있어서 동일 형식의 벌칙규정에 대한 양벌규정의 의미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고, 이와 같이 적용대상자가 업무주 등으로 한정된 벌칙규정임에도 불구하고 양벌규정에서 '행위자를 벌'한다고 규정한 입법 취지는 위의 어느 경우든 업무주를 대신하여 실제로 업무를 집행하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자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여 벌칙규정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위반행위자를 양벌규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벌칙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에 있음이 분명하다.
 
   [반대의견] 대법원이 종래 양벌규정에 의하여 업무주 등이 아닌 행위자도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해석하여 온 구 건설업법(1995. 12. 30. 법률 제51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등의 양벌규정은 모두 그 벌칙 본조에서 그에 선행하는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과 별도로 처벌대상자의 범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데 비하여, 구 건축법 제57조의 양벌규정은 그 벌칙 본조인 같은 법 제54조 내지 제56조에서 그에 선행하는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상 이미 그 적용대상자의 범위가 건축주 등으로 제한되어 있는 같은 법 제7조의2와 제7조의3 및 제29조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처벌대상자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함이 없이 단지 그 각 조에 위반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면서도(제55조 제3호) 그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에서 적용대상자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벌칙 본조 자체에서 명시적으로 처벌대상자를 건축주, 설계자, 공사감리자 또는 공사시공자로 한정함으로써 다른 법률에 있어서의 벌칙 본조와는 규정 내용을 명백히 달리하고 있으므로(제55조 제4호), 다른 법률의 양벌규정을 행위자 처벌규정이라고 해석하여 왔다고 하여 위와 같이 벌칙 본조의 내용을 달리하고 있는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의 해석을 그와 같이 하여야 할 이유가 없는 점, 환경범죄의처벌에관한특별조치법 제5조 및 법무사법 제76조의 양벌규정은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과 유형을 같이 하고 있지만, 행위자의 처벌은 모두 벌칙 본조에 의하고 위 양벌규정이 그 처벌 근거가 될 수 없음이 규정상 명백하므로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이 다른 법률의 양벌규정과 그 유형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하여 벌칙 본조와 관계없이 행위자 처벌의 근거가 된다고 해석할 수 없는 점,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에서처럼 단지 그 소정의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라고만 규정하여 그 규정에서 행위자 처벌을 새로이 정한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벌의 근거 규정이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배치되는 온당치 못한 해석이라는 점, 종래 대법원판례가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이 행위자 처벌의 근거 규정이 될 수 없다고 일관되게 해석하여 옴으로써 국민의 법의식상 그러한 해석이 사실상 구속력이 있는 법률해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다른 법률의 양벌규정과 해석을 같이 하려는 취지에서 국민에게 불이익한 방향으로 그 해석을 변경하고 그에 따라 종전 대법원판례들을 소급적으로 변경하려는 것은 형사법에서 국민에게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과도 상용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구 건축법의 양벌규정 자체가 행위자 처벌의 근거 규정이 될 수는 없다.


3.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례변경의 사례들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례변경은 실무에서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종래의 판례 태도를 변경하여 범죄구성요건을 창설하는 경우와 기존 판례보다도 가중된 범죄구성요건을 적용하는 경우의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가. 범죄구성요건을 창설한 사례

(1) 구 의료법 제25조의 의료행위
대판 1972. 3. 28, 72도342는 미용성형수술은 의료행위에 속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여 일반의사의 면허없이 성형수술을 한 자에 대하여 구 의료법 제25조 위반의 죄가 될 수 없다고 하였으나 대판 1974. 11. 26, 74도1114는 이를 변경하여 「코높이기 성형수술의 방법 및 행위의 태양을 함께 감안하면 코높이기 성형수술행위도 질병의 치료행위의 범주에 넣어 의료행위가 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2)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의 주체
대판 1983. 2. 22, 82도1527은「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의무의 주체가 법인인 경우 그 법인의 대표기관이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판 1966. 6. 21, 66도273 판결 이후 일관된 대법원의 태도였다.
그러나 대판 1984. 10, 10, 82도2595 전원합의체판결은 「법인을 대표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이 바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즉,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것으로 새겨야 한다」고 판시하고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범죄구성요건을 창설한 대표적 사례이다.

(3) 형법 제355조 제2항, 형법 제356조의 배임죄의 구성요건과 1인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행한 회사자금의 사적 지출행위
대판 1976. 5. 11, 75도823은「실질적인 1인 회사의 일인주주가 주식회사의 회사 재산을 처분하거나 돈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 타인에게 손해를 가했다고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판 1983. 12. 13, 83도2330 전원합의체판결은 「배임죄의 범의(범의)는 자기의 행위가 그 임무에 위배한다는 인식으로 족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려는 의사는 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4) 형법 제229조, 제231조, 제234조의 복사한 문서의 문서성
대판 1988. 10. 24. 88도1680은 「형법에 규정된 문서위조죄와 행사죄에 있어서 문서라 함은 작성명의인의 의사가 표시된 문서 그 자체를 의미한다 할 것이므로 원본을 기계적인 방법에 의하여 복사한 경우에는 그 복사 또는 등본은 사본 또는 등본의 인증이 없는 한 위 각 죄의 행위객체인 문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판 1989. 9. 12, 87도506 전원합의체판결은 「오늘날 일상거래에서 복사문서가 원본에 대신하는 증명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증대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볼 때 이에 대한 사회적 신용을 보호할 필요가 있으므로 복사한 문서의 사본은 문서위조 및 동 행사죄의 객체인 문서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복사문서의 문서성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의 판결 후 복사문서의 문서성에 관하여 학계와 실무에서 엄청난 논쟁이 있었으나, 결국 1995년 12월 29일 복사문서의 문서성은 형법 제237조의2에 입법되었다.


나. 가중적 범죄구성요건을 적용한 사례


가중적 범죄구성요건을 적용한 사례란 가벌성의 범위를 강화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판례를 변경(종래의 판례의 태도를 변경하여 기본적 구성요건의 적용에서 가중적 구성요건의 적용으로 판예변경)한 경우를 말한다.

(1) 형법 제334조 제1항 특수강도죄의 착수시기
대판 1991. 11. 22, 91도2296은 「형법 제334조 제1항 특수강도의 실행의 착수는 강도의 실행행위 즉, 사람의 반항을 억압할 수 있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에 나아갈 때에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판 1992. 7. 28, 92도917은 「형법 제334조 제1항 소정의 야간주거침입강조죄는 주거침입과 강도의 결합범으로서 시간적으로 주거침입행위가 선행되므로 주거침입을 한 때에 본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볼 것인 바, 같은 조 제2항 소정의 흉기휴대·합동강도죄에 있어서도 그 강도행위가 야간에 주거에 침입하여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주거침입을 한 때에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가중적 범죄구성요건을 적용한 대표적 사례이다.

(2) 형법 제331조 제2항 특수절도죄의 합동의 의미
대법원은 형법 제331조 제2항 후단의 합동절도죄의 성립요건에 대해 처음에는 공모공동정범설을 취하였다. 그러나 대판 1966. 11. 29, 66도1277 판결은 최초로 현장설적 입장을 취하였지만, 대판 1969. 7. 22, 67도1117은 명백히 현장설을 지지하였다. 이러한 판례변경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례변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판(전합) 1998. 5. 12, 98도321은 현장설을 유지하면서 현장설에 따른 시간적·장소적 합동이 없는 일부의 공모자에게도 공동정범(합동절도의 공동정범)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합동범이 성립하는 범위를 현장설에 의할 경우보다 상당히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본 판례는 가중적 범죄구성요건을 적용한 최근의 사례이다.

(항목 3.은 하태영 경남대 교수의 '판례변경과 적극적 일반예방'을 참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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