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사건의 사고경위에 대한 원고의 증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고 청구를 기각한 재판부의 조치는 위법하다

1. 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1다29970

2. 원심의 판단

. 원고들의 주장과 같은 사고의 경위, 즉 “원고가 2008. 7. 18. 09:00경 자전거를 타고 이 사건 자전거도로의 사고지점을 **역 쪽에서 $$$역 쪽으로 도로상의 빗물을 피해 왼쪽 가장자리 부분을 통과하다가 맞은편에서 오던 자전거 운전자를 발견하고 왼쪽 갓길로 피하려는 순간 이 사건 배수로에 자전거 앞바퀴가 걸려 넘어짐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오히려 갑 제12, 13호증에 의하면 위 원고가 맨홀덮개에 미끄러지면서 넘어져 이 사건 배수로의 모서리 부분에 머리 부위를 부딪쳐 상해를 입은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원고들이 구체적인 사고경위를 더 이상 밝히지 못하고 있는 이상, 위 인정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의 자전거도로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 설령 원고들의 주장과 같은 경위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 자전거도로는 국민의 건강 증진과 여가 선용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복지차원에서 설치된 사회체육시설인 이상, 이 사건 자전거도로의 바깥에까지 과도한 시설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자
전거 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의 입법취지나 국민의 복지증진에 더 저해가 될 우려가 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사고지점 도로 바깥에 있는 이 사건 배수로에 덮개를 씌울 의무까지 있다고 볼 수 없다.

. 이 사건 자전거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를 인정하기 어렵고, 일부 하자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하자와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해당 법리

사실심 재판장은 다툼이 있는 사실로서 입증이 없는 경우에 반드시 당사자의 입증을 촉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소송의 정도로 보아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입증하지 아니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입증을 촉구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0. 6. 26. 선고 90다카8005 판결 등 참조). 

또한 법원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관한 석명의무나 지적의무 등을 위반한 채 변론을 종결하였는데 당사자가 그에 관한 주장⋅증명을 제출하기 위하여 변론재개신청을 한 경우 등과 같이 사건의 적정하고 공정한 해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절차상의 위법이 드러난 경우에는, 사건을 적정하고 공정하게 심리⋅판단할 책무가 있는 법원으로서는 그와 같은 소송절차상의 위법을 치유하고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하여 변론을 재개하고 심리를 속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20532 판결 참조).

나. 판단

원고들은 제1심에서 이 사건 사고의 경위에 관한 증거를 제출하지 아니하였으나, 피고가 사고발생 여부 및 그 경위에 관해서는 명백히 다투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자전거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 유무에 관해서만 다투었고, 제1심법원도 원고들 주장의 사고경위를 그대로 인정하여 원고들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던 사실, 이에 대하여 원고들과 피고가 모두 불복하여 항소한 후, 피고가 원심에 제출한 2010. 10. 28.자 준비서면에서 “이 사건 사고지점에서 원고들 주장과 같은 자전거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가 없다”라는 취지로 다투자, 원고들은 원심 제1회 변론기일에서 이를 입증하기 위하여 갑 제12호증(교통사고사실확인원)과 갑 제13호증(구조⋅구급증명서)만 추가로 제출한 채 더 이상의 증거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피고도 위 갑 제12호증을 피고의 이익으로 원용하거나 사고경위가 원고들 주장과 다르다는 취지로 적극적인 반박을 한 바 없는 상태에서, 원심은 곧바로 변론을 종결한 다음 위와 같이 사고 경위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비록 위 갑 제12, 13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들 주장과 같은 경위로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고, 위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다른 증거가 없으나, 위에서 본 소송 진행 과정에 비추어 원고들은 이 사건 사고의 경위에 관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별다른 다툼이 없다고 오판하였거나 원심 제1회 변론기일까지 제출된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오판한 나머지 이에 관한 추가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심으로서는 변론을 종결하기에 앞서서 원고들에게 석명권을 행사하여 갑 제12호증의 “원고의 자전거가 맨홀 덮개에 미끄러지면서 넘어져 하수구 모서리 부분에 머리를 충격한 사고”라는 기재내용이 사고경위에 관한 원고들의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지적한 다음, 갑 제12호증을 증거로 제출한 취지가 무엇인지, 사고경위에 관한 주장을 갑 제12호증의 위 기재 내용과 같이 변경하는 취지인지 등을 밝히도록 요구하고, 만일 기존 주장을 유지하는 취지라면 그에 대한 추가 입증을 촉구하였어야 하며, 만일사고경위에 관한 주장을 갑 제12호증의 위 기재 내용과 같이 변경하는 취지라면, 원고의 자전거가 그와 같이 맨홀 덮개에 미끄러지면서 넘어져 부상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를 밝히고 이를 증명하도록 촉구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의 경위를 확정한 후에,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의 자전거도로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원고들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변론을 종결하였더라도, 그 후에 원고들이 변론재개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이 사건 사고를 119에 신고한 목격자의 인증진술서와 이 사건 사고를 조사했던 경찰관, 구조 소방대원 등에 대한 증인신문 등을 통해 사고 경위를 입증하겠다고 하고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변론을 재개하여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조치를 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사고 경위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갑 제12, 13호증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만으로는, 원고들이 구체적인 사고경위를 더 이상 밝히지 못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의 자전거도로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들 청구를 모두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의이 부분 판단에는 석명권행사를 게을리 하고 변론재개의무를 위반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위와 같은 위법이 해소되지 아니한 상태에서는 함부로 이 사건 사고의 경위나 원인을 가정하여 이를 기초로 피고의 이 사건 자전거도로 설치⋅관리에 하자가 있었는지 여부를 논단할 수는 없다).

다. 결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 법원에 사건 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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