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납입과 업무상 횡령죄

1. 개요 및 쟁점 

. 사건: 대법원 2004. 6. 17. 선고 2003도7645 전원합의체 판결


타인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여 주금을 납입하고 설립등기나 증자등기 후 바로 인출하여 차용금 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상법상 납입가장죄의 성립 외에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동행사죄의 성립 여부(적극) 및 업무상횡령죄의 성립 여부(소극)

2. 판결요지[다수의견]

가. 상법상 납입가장죄,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동 행사죄 성립

상법 제628조 제1항 소정의 납입가장죄는 회사의 자본충실을 기하려는 법의 취지를 유린하는 행위를 단속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당초부터 진실한 주금납입으로 회사의 자금을 확보할 의사 없이 형식상 또는 일시적으로 주금을 납입하고 이 돈을 은행에 예치하여 납입의 외형을 갖추고 주금납입증명서를 교부받아 설립등기나 증자등기의 절차를 마친 다음 바로 그 납입한 돈을 인출한 경우에는, 이를 회사를 위하여 사용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질적으로 회사의 자본이 늘어난 것이 아니어서 납입가장죄 및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가 성립한다.

나. 업무상 횡령죄는 불성립

다만 납입한 돈을 곧바로 인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인출한 돈을 회사를 위하여 사용한 것이라면 자본충실을 해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주금납입의 의사 없이 납입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한편 주식회사의 설립업무 또는 증자업무를 담당한 자와 주식인수인이 사전 공모하여 주금납입취급은행 이외의 제3자로부터 납입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입하여 주금을 납입하고 납입취급은행으로부터 납입금보관증명서를 교부받아 회사의 설립등기절차 또는 증자등기절차를 마친 직후 이를 인출하여 위 차용금채무의 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위와 같은 행위는 실질적으로 회사의 자본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고 등기를 위하여 납입을 가장하는 편법에 불과하여 주금의 납입 및 인출의 전과정에서 회사의 자본금에는 실제 아무런 변동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들에게 회사의 돈을 임의로 유용한다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고, 이러한 관점에서 상법상 납입가장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이상 회사 자본이 실질적으로 증가됨을 전제로 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

3. 설명

가. 견금방식의 가장납입의 사법상 효력

(1) 견금 방식의 가장납입이 '납입'으로서 유효한가에 대하여는 학자들 사이에 다툼이 있다. 기본적으로 일련의 주금납입절차를 '차입금에 의한 납입 - 납입금의 인출'의 두 행위로 구분하여 볼 것인가, 아니면 전체적으로 하나의 행위로 볼 것인가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2) 위장납입의 경우, 납입금보관은행 이외의 제3자로부터 차입한 금전으로 주금납입을 하였다 하더라도 일응 금원의 이동에 따른 현실의 불입이 있는 것이고, 설령 그것이 실제로는 납입의 가장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당해 납입을 하는 발기인 또는 이사들의 주관적인 의도의 문제에 불과하며 회사가 관여할 바가 아니므로 이러한 발기인 또는 이사들의 내심적 사정에 의하여 회사의 설립이나 증자 같은 집단적 절차의 일환을 이루는 주금납입의 효력을 좌우함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판례의 확고한 입장이다.
(대법원 1983.5.24. 선고 82누522 판결, 대법원 1997.5.23. 선고 95다5790 판결)

즉 위장납입일지라도 납입으로서 유효하다(납입유효설).

나. 종전 판례는 위장납입이 납입으로서 유효함을 전제로 업무상 횡령죄를 인정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의 설립업무를 담당한 자가 주금납입취급은행 이외의 제3자로부터 납입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입하여 주금을 납입하고 납입취급은행으로부터 납입금보관증명서를 교부받아 회사의 설립등기를 마친 직후 이를 인출하여 위 차용채무의 변제에 사용한 경우에, 그 주금납입은 회사에 대하여 유효하고 그 주금의 납입 즉시 그 납입금은 회사의 재산으로 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인출행위는 상법상 주금가장납입죄에 해당하는 것과는 별도로 회사재산의 불법영득 행위로서 횡령죄를 구성하는 것이다.
(대법원 2003.8.22. 선고 2003도2807 판결)

다. 새 판례는 불법영득의사가 없음을 이유로 업무상 횡령죄의 성립을 부인

(새 판례는 납입유효설과 일견 모순된다.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납입을 가장한 경우에도 상법상 주금납입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단체법 질서의 안정을 위하여, 주금의 가장납입을 회사의 설립 내지 증자의 효력을 다투는 사유로 삼을 수 없게 하고, 그로 인하여 발행된 주식의 효력이나 그 주권을 소지한 주주의 지위에 영향이 미치지 않게 하려는 배려에서 나온 것이므로 가장 납입의 경우에 상법상 주금납입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 하여 이를 들어 업무상횡령죄와 같은 개인의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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