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가끔씩은 법은 정의를 실현한다.


It's that every now and again - not often, but occasionally - you get to be a part of justice being done. That really is quite a thrill when that happens.

1. “필라델피아”라는 영화에서,

덴젤 워싱턴(Joe Miller)의 법의 어떤 점을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톰 행크스(Andrew Beckett)는 그 중 법의 어떤 점을 가장 사랑하는지를 묻는 질문이냐를 되묻는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변, 법에 종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직업으로 지키고 있는 법이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 그럼으로써 왜 자신이 변호사로서 자격을 갖춘 것인지를 밝혀 줄 답변을 한다. 박스 안에 인용되어 있는 말이다. 

  

2. 내 기억에 이 대사가 나온 대목, 그리고 이런 증인신문과 증언이 나온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에이즈에 걸린 변호사가 에이즈에 대한 혐오감과 편견으로 로펌에서 해고된다. 문제는 에이즈를 이유로 한 해고는 차별적 해고에 해당한다는 것. 미국법상 정당한 이유에 의한 해고제한의 법리는 없다. 해고는 원칙적으로 자유이되 다만 그것이 차별적 해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엄격히 제한된다. 사실상 차별적 해고의 법리를 통해 해고제한의 효과를 거두고 있기는 하다. 

톰 행크스와 그의 변호사 덴젤 워싱턴은 에이즈 환자임을 이유로 한 차별적 해고라고 주장하고 회사는 톰 행크스의 변호사로서의 자질 부족에 해고이유가 있다고 밀어 부친다.

쟁점이 이렇게 형성되자, 톰 행크스 자신에게 “당신은 능력 있는 변호사냐?”라는 증인신문을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 질문으로 덴젤 워싱턴은
“당신은 법의 어떤 점을 사랑하느냐? 법의 어떤 점이 당신에겐 매력이냐? 그 가운데서도 무엇이 가장 좋으냐?”라는 질문을 택한다.
(우리 법제는 당사자 본인은 증인신문을 할 수 없고 당사자 본인신문만이 허용된다. 허위로 증언하더라도 처벌되지 않는다. 미국법상으로는 당사자에 대한 증인신문이 허용되고 위증죄(법정모욕죄?)로 처벌도 된다. 아래 답변은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며 법에 대한 존경심을 가진 변호사가 내면의 진실대로 진술하는 것이다.)

톰 행크스가 답변한다.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아주 가끔씩은 (법을 통해) 정의를 실현할 기회가 내게 오는 때가 있습니다. 그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전율을 가져옵니다.”

1994년쯤 보았던 이 영화 속 자막으로는 “아주 때때로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법이 정의를 실현할 때가 있습니다.”이었던 것 같다. 아주 때때로 보이는 법의 제대로 된 역할에 대한 기대가 한껏 주눅 들어 있던 법조준비생에게 많은 위안과 희망을 주었다.

3. 그리고,

국가정보기관의 출범 이래 줄곧 국가정보기관 직원의 정치개입을 일체 금지해 왔음에도 국가정보기관이 법치주의의 통제를 외면한 채 정치 및 선거개입을 하여 국민의 비난을 받았거나 심지어 국정원장이 엄중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과거의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불행이 거듭되었던 연유로, 국가정보기관의 활동에 대한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통제 제도가 미흡하였다거나 밀행성 및 비밀유지라는 정보기관의 특성 탓에 민주적인 통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점을 들고 있다.

이런 사정들을 고려하면, 기왕 드러난 국정원의 불법적 활동에 대하여는 엄정하게 단죄함으로써 이를 국정원의 자기 점검 및 통제의 계기로 삼도록 할 필요가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 

안기부가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꾼 1999년 이후 국가정보기관의 선거개입 의혹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이 되거나 사실로 확인된 경우가 거의 없어 국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축적되어 가고 있던 시점에 벌어진 것이어서, 혹여라도 국정원 활동의 밀행성, 보안성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 유사한 활동이 계속될 위험을 경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보수와 진보를 떠나, 이 사건 사이버 활동에 나타난 의견과 내용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떠나, 과거의 역사적 경험 등에 기초하여 국민 전체의 뜻이 강력하게 반영된 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 마찬가지로 국민 전체의 뜻이 반영된 그 법을 엄정하게 적용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 행위에 대한 법원의 그동안의 엄단 의지가 이 사건에서도 관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 사이버 활동에 나타난 의견과 내용 자체에 대하여는 이를 동의하고 지지하는 국민들이 분명 있음을 알고 있다. 이러한 엄정한 법의 적용은, 우리 국민들이 가질법한 그러한 생각과 의견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자유롭게 하여야 할 정치적 참여와 표현을 정치 및 선거에 관여할 수 없는 국가기관 자신이 실행하였다는 것 그리하여 헌법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정면으로 위배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하는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피고인 이종명이 한 말에서 받은 강한 울림을 우리 재판부는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군은 전쟁을 준비하는 기관이지만 국정원은 지금 현재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앞서의 판단은, 국정원이 지금 현재 이 나라를 위하여 중차대하면서도 경우에 따라선 생명의 위험까지 따르는 임무를 헌신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외면한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 사건에서 문제된 특정 사이버 활동만이 관련 법률에 반함을 명백하게 지적함으로써 국정원의 헌신과 노력이 본연의 업무수행을 위해서만 집중되도록 하여 장차 국민의 더욱 든든한 신뢰를 얻길 바라는 것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항소심 판결 중에서 가끔씩, 흔하지 않게 보이는 정의를 실현하는 법의 모습을 본다. By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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