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석의 "송곳"

 
이게 정말 적응이 될까요?
처음에나 겁나지. 경찰서에 몇 번 드나들면 금방 익숙해질거요. 
....
미안함도요?
내가 누군가의 삶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그런 두려움도요?

그건 
그건 지병 같은 거요. 
그냥 앓고 사는 거요. 

최규석의 "송곳" 중에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처럼 다른 사람의 재산을 다루는 전문가로서 늘 느끼는 두려움이다.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두려움...

나의 판단이 "누군가의 삶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내 경험과 지식에 비추어 숙고끝에 나온 결론이긴 하지만 정말 이게 맞는 결정일까? 때때로 10% 정도의 가능성을 믿고 집도하는 어느 외과 의사의 결단에 맞먹을 만큼 살떨리는 결정을 해야할 때가 있다. 

까딱 잘못하면 평생을 걸쳐 겨우 하나 마련한 유일한 재산 아파트가 날아간다. 평범한 사람에게 있어서 아파트 한 채란, 신혼 때부터 알뜰히 모아 자식들에게 먹이고 싶은 거 제대로 못 먹이며 평생 이룩한 유일한 재산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자신의 평생 역사가 담겨져 있는 아파트 하나가 자칫하면 압류되고 강제로 매각되어 남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며 나에게 사건을 맡긴다.  

그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사람들이 나를 찾는다. 도대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제는 경험이 쌓여 나아지긴 했지만 처음에는 그랬다. 

이제는 조금은 달라져 여유를 갖고 있다. 결국 누구에게고 이익이 되지 못하는 두려움이기때문이다. 결단을 내려 치고 나가야하지 않겠는가? 그러라고 나를 선임한 것이 아닌가? 이제는 분명 나아졌다. 이런 두려움에 빠지지는 않느다. 

그러나 좀 나아졌다는 게..... 그 두려움을 지병으로 받아들이고 그냥 앓고 살 뿐이다. 


이 만화 속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을 본다. 타인에 대한 선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지병. 이런 지병 없이 오로지 확신만 가지고 앞으로 내달리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정말 그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이런 지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기에 나는 이 만화 속 주인공을 신뢰한다. By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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