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역전지구대 불심검문 판결(항소심)

[사건] 부평 역전지구대 불심검문 판결(항소심)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무죄취지의 판결을 낸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이미 이 블로그에서 소개하였다.  이 사안의 쟁점을 다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른 불심검문 규정에 따라 경찰은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이 사람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불심검문에 불응하는 사람에게 경찰은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가령 불심검문에 불응하여 자전거를 계속 타고 가는 불심검문 대상의 자전거를 잡거나 가로막는 등의 강제력을 행사한다면 이것은 불심검문에서 허용하는 선을 넘는 것은  아닐까? 이 사건의 원심판결은 그 한계를 넘었다고 보았고, 대법원은 그 한계를 넘지 않는 상당한 방법에 의한 불심검문이라고 보았다.  

인천지방법원 2010. 4. 30. 선고 2009노4018 판결에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무죄의 이유

1. 원심법원(인천지법 항소부)이 인정한 사실

. 부평경찰서 역전지구대 소속 경위 甲, 경사 乙, 순경 丙은 2009. 2. 15. 01:00경 인천 부평구 부평동 633-2에 있는 예림원 앞 도로상에서 검문을 알리는 입간판, 라바콘 등을 설치해 놓고 경찰관 정복 차림으로 목검문을 하고 있었다. 같은 날 01:00경 그곳에서 6.6㎞ 떨어진 인천 계양구 효성동 327-1 노상에서 자전거를 이용한 핸드백 날치기 사건이 발생하였고, 용의자는 청천동 방면(부평구 방향과 동일)으로 도주하였으며, 위 날치기 사건발생 및 자전거에 대한 검문검색 지령이 01:14경 무전으로 부평구 관내 순찰차에게 전파되면서, 범인의 인상착의는 "30대 남자, 찢어진 눈, 짧은 머리, 회색바지, 검정잠바 착용“이라고 알려졌다.

. 위 甲, 乙, 丙은 위 무전을 청취한 뒤 01:20경 자전거를 타고 부개 사거리 방면에서 동수역 사거리 방면으로 진행하면서 사거리를 건너 검문 장소로 다가오는 P(검은 잠바, 검은 바지를 착용하고, 자전거 앞 바구니에 검정색 가방을 싣고 있었음)를 발견하였다. 먼저 乙이 인도로 올라가는 턱 바로 밑 부분의 차도 가장자리에서 진행하고 있던 P에게 다가가 정지를 요구하였으나, P는 멈추지 않은 채 자전거를 몰고 乙을 지나쳤다. 이에 乙 뒤쪽에 서 있던 丙이 P의 왼편에서 다가가 경찰봉으로 P의 앞을 가로막고 자전거를 세워 줄 것을 요구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고지하고 "인근 경찰서에서 자전거를 이용한 날치기가 있었으니 검문에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가 평상시 지나다니면서 한 번도 검문을 받지 않았던 곳에서 검문을 받는 것에 항의하면서 계속 검문에 불응하고 그대로 1~2m 전진하자, 丙은 P를 따라가서 P의 앞을 가로막고, 이어서 P 오른쪽의 인도에 올라서서 P가 가지 못하게 계속 경찰봉으로 앞을 막고 검문에 응할 것을 요구하였다.
(아래 법원의 판단에 의하면, 丙은 직무질문에 협조하여 줄 것을 설득하는 정도를 넘어서, 자전거를 탄 채 그냥 가려고 하는 P에게 자전거를 잡거나 가로막는 등의 강제력을 행사하여 자전거의 진행을 막았다)

. 丙의 제지로 더 이상 자전거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P가 범인 취급을 당한다고 느껴 거칠게 항의하면서 두 사람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P가 자전거에서 내려 丙의 멱살을 잡아 밀치면서 두 사람이 함께 넘어졌다.

이를 본 甲, 乙이 달려와 P을 제지하였고, P이 욕설을 하는 등 계속 거칠게 항의하자, 甲, 乙, 丙은 P을 공무집행방해죄와 모욕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였다.

2. P에게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지와 관련하여, 법원은 먼저 이 사건에서 경찰관들의 P에 대한 불심검문이 적법한 것이었는지 여부를 검토하였다.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무집행(여기에서는 불심검문)의 적법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가. 불심검문의 요건 및 행사방법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는 경찰관은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를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고(제1항), 이때 경찰관은 당해인에게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그 목적과 이유를 설명하여야 하며(제4항), 당해인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신체를 구속당하지 아니하며, 그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제7항)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르면 불심검문의 대상은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다. 이때 수상한 거동이란 자연스럽지 못한 동작, 태도, 언어, 모습, 소지품 등으로 보아 평상적 활동에서 벗어난 어떠한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상태를 말하고, 기타 주위의 사정이란 주간인가 야간인가에 따른 시간적 상황, 위험한 물건인지 아닌지 여부에 따른 물적 상황, 주변 사람들의 태도와 같은 인적 상황 등 대상자의 직접적인 수상한 거동 이외에 주변상황을 말한다. 이러한 제반 사정으로 미루어보아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불심검문을 할 수 있는데, 이때 상당성은 일반인이 경찰관의 입장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정도의 객관성을 요하되, 형사소송법상의 체포 또는 구속에서 요구하는 상당성보다는 약한 정도의 합리적인 가능성을 의미한다.

또한 경찰관은 위 규정에 따라 검문대상자를 정지시켜 질문을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정지라 함은 보행자일 경우는 불러 세우고, 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에 타고 있는 자일 경우에는 정차를 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불심검문 제도의 취지상, 정지 여부를 명백하게 결정하지 못한 자에 대하여 경찰관이 일정한 거리를 따라가면서 말로써 직무질문에 협조하여 줄 것을 설득하는 것은 그 신체이동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정지의 목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상대방의 임의에 맡겨져 있는 이상, 경찰관이 질문을 거부할 의사를 밝힌 상대방에 대하여 수갑을 채우거나, 신체를 잡거나, 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 등이 진행할 수 없도록 강제력을 사용하여 막거나, 소지품을 돌려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상대방이 그 장소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나. 丙의 불심검문이 적법한지 여부, 이에 따라 P에게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이 사건 당시 P가 목검문이 행해지는 장소에 다다를 때까지 별달리 수상한 거동을 보이지 않은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당시 인근 지역에서 자전거를 이용한 날치기 사건이 발생하여 위 甲 등에게도 검문검색 지령이 내려진 상태였고, P의 인상착의가 날치기 사건 용의자와 흡사하였던 점, 기타 이 사건 발생시점, 검문 장소, 검문검색 지령의 내용 등으로 미루어 당시 甲 등에게는 주위의 사정으로 미루어보아 P가 위 날치기의 범인일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가능성을 제기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P는 이 사건 당시 불심검문의 대상이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이 사건 변론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P는 사건 당시 새벽 01:20경으로 시간도 늦었고 자전거를 타고 있었으며 평상시 늘 다니던 길에서 행하여지는 검문을 받기가 싫어서 검문에 불응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사를 가지고 있었고, 경찰관 丙도 당심 법정에서 P의 이러한 의사를 알 수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② P는 경찰관 乙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고, 丙의 1차 제지에도 검문에 불응할 뜻을 밝히면서 그대로 1~2m 전진하였는데, 丙은 P을 따라가서 P의 앞을 가로막고, 이어서 P 오른쪽의 인도에 올라서서 P가 가지 못하게 계속 경찰봉으로 앞을 막고 검문에 응할 것을 요구한 점, ③ 이와 같이 검문에 불응할 의사를 거듭 나타낸 P로서는 丙이 뒤쫓아오면서 자전거를 잡거나 앞에서 가로막는 등의 물리적인 힘을 가하지 않았다면 자전거를 멈추지 않은 채 그대로 진행하여 갔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丙은 당심 법정에서 자신은 평소 불심검문에 불응하는 사람들을 쫓아가면서 끈질기게 설득하는 편이라고 진술하였고, 특히 이 사건 당시에는 자전거에 대한 검문검색 지령이 있었기 때문에 P가 불응하더라도 불심검문을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으며, P가 웬만큼 허술하게 제지했으면 그냥 자전거를 몰고 갈 태세였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당시 丙은 직무질문에 협조하여 줄 것을 설득하는 정도를 넘어서, 자전거를 탄 채 그냥 가려고 하는 P에게 자전거를 잡거나 가로막는 등의 강제력을 행사하여 자전거의 진행을 막은 것으로 판단되고, 이와 같은 제지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P가 丙과 실랑이를 하다 함께 넘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P가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으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음에도, 丙이 그 앞을 가로막는 등의 행위를 하여 P가 가지 못하게 하면서 계속 검문에 응할 것을 요구한 행위는 언어적 설득을 넘어선 유형력의 행사로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의 방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방법으로 행해진 丙의 불심검문을 적법한 경찰관의 직무집행으로 볼 수 없고, P가 이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폭행을 가하였다고 하여도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By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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