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음주로 인한 산재

송년회 음주로 인한 산재

By 마석우 변호사

1. 12월 송년회가 하루 건너 잡혀 있다. 개인적인 송년회야 그렇다고 치고 회사 송년회 회식자리에서 과음을 한 직장인이 귀가 중에 쓰러져 숨졌다면 산업재해로 인정될까? 회사 송년회에서 주거니 받거니 한 술로 만취한 상태에서 집에 돌아가다보면 넘어지거나 어디에 부딛쳐서 혹은 차에 치여서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2. 가. 원칙적으로 “NO”라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 다시 말해 ”업무상의 재해“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질병, 상해 또는 사망이므로 업무와의 관련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 그러나 (거꾸로) 운동경기, 야유회, 등산대회, 회식, 외부 교육, 각종 회사 내 동호인 활동 등 각종 행사에 참가하여 발생한 사고일지라도 회사 사업상 또는 노무관리상 개최된 행사이고 그러한 행사에 참여하는 도중에 발생한 사고라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 수가 있다.

가령 송년회가 송년회 참가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했다거나, 사업주가 행사에 참가하도록 지시했거나 사전에 사업주의 승인을 받아 행사에 참가한 경우로서 사업주가 그 근로자의 행사 참가를 통상적·관례적으로 인정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런 경우라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소지가 많다. 물론 여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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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법원이 2008. 10. 9. 선고한 2008두8475 유족보상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사건을 보자.

가. 회사의 송년회를 겸한 회식에 참석한 근로자가 2차 회식장소인 노래방에서 사업주가 계산을 마치고 귀가한 후 동료를 찾기 위해 노래방 밖으로 나갔다가 노래방 앞 도로에 쓰러져 뒷머리를 다쳐 사망한 사건이다.

나. 대법원은 여기서 망인이 사업주가 마련한 공식 회식의 끝 무렵에 회식으로 인한 주취상태에서 깨지 못해 일시적으로 남았던 것에 불과하여 회식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으로 보았고, 그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라면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요컨대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떤 하나의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업무관련성이 문제되는데 이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근로자인 망인이 사고를 당했던 시점에 사용자의 전반적인 지배·관리하에 개최된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이 종료되었는지 여부라는 잣대로 그러한 업무관련성 여부를 따졌던 것이다.

4. 이 사건의 판결문을 찬찬히 읽어보자(물론 발췌했다).

가. 사실관계 및 쟁점의 정리

(1) 망인은 사업장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근무하여 오던 중 2006. 12. 30. 토요 근무를 마치고 16:00경부터 18:15경까지 사업주 및 직원 5인 전원 참석하에 송년회 겸 친목도모의 목적으로 식당에서 1차 회식을 가졌다.

계속해서 참석자 전원이 인근 축제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2차 회식을 갖던 중 같은 날 19:50경 직원들 중 3과 4가 먼저 귀가하여 사업주와 망인, 5, 6만이 남았다.

20:15경 이 방으로 노래방 도우미 2명이 들어오자 사업주가 여직원 6을 데리고 먼저 나와 계산을 하고 귀가했다. 노래방 도우미 2명은 들어왔다가 곧바로 다른 방으로 가버렸는데, 끝까지 남은 망인과 5가 동료들을 찾기 위해 같은 날 21:00경 노래방 밖으로 나갔다가 5가 다시 노래방으로 올라간 사이에 망인이 노래방 앞 도로에 쓰러져 뒷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망인은 2007. 1. 6.경 급성경막하출혈 등을 원인으로 사망했다.

망인의 주량은 소주 1병 정도인데, 1차 회식 당시 소주 8병과 맥주 3, 4병을 참석자들이 나누어 마시면서 망인과 5가 가장 많이 마셨다.

(2) 2차 회식장소에 머무는 것이 강제되지 아니한 상황 하에서 사업주가 계산을 마치고 노래방을 나간 때부터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회식이 종료되었다고 보아 그 후 망인이 노래방 밖으로 나갔다가 발생한 이 사건 사고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느냐가 문제되었다.

한마디로 사업주가 계산하고 나간 이후에 발생한 송년회 음주 사고에도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겠느냐의 문제다. 이때는 그 참석 여부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달려 있지 강제적인 것은 아니므로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볼 소지가 있는 것이 맞다. 바로 이 사건의 2심 재판부의 견해였다.

나.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 먼저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주목했다.

노래방에서의 2차 회식 당시 망인과 5가 특히 많이 취한 상태였는데, 이에 사업주가 그 중 망인을 자신의 옆자리에 앉도록 배려하였고, 위 노래방에서는 무알코올 맥주 10캔 정도를 주문하여 마신 사실과 잠시 들렀던 노래방 도우미들은 옆방 손님들이 불렀는데 방을 잘못 찾아온 것으로 곧바로 옆방으로 가버렸는데 사업주 귀가 후에 망인과 5가 추가로 술을 주문하고 도우미를 부르거나 비용을 계산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던 것이다.

이를 기초로 대법원은 “2차 회식이 시작된 때부터 약 2시간 정도 지나 사업주가 귀가한 이후 망인과 소외 5가 노래방에 더 머물러 있었던 4, 50분간 별도의 새로운 모임이나 유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단지 사업주가 주관하여 열고 계산을 치른 후 중간에 먼저 떠난 회식의 마무리를 망인 등이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만취상태이던 망인 등이 사업주 등 다른 참석자들이 먼저 떠난 것도 모른 채 그들을 찾으러 나간 사실 역시 당시 공식적으로 회식을 마친 바 없이 사업주 등 일부 참석자들이 개인적 사정으로 중간에 자리를 떠난 것에 불과함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고 보았다.

(2) 여기에 이 사건 1, 2차 회식이 처음부터 사업주 주관 및 비용 부담하에 송년회 등 명목의 공식적 행사로서 전 직원 참석하에 열린 것이라는 사정을 보태어 대법원은 결국

“사업주가 귀가하고 난 후 사고 발생 이전까지 망인이 계속 남아 있었던 것은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회식이 종료한 후 망인의 임의의 판단에 따른 별도의 모임을 위한 것이었다거나 그 과정에서 사고의 원인이 된 음주 등 실질적이고 추가적인 유흥을 가졌다고는 보기 어렵고, 오히려 사업주가 마련한 공식 회식의 끝 무렵에 회식으로 인한 주취상태에서 깨지 못해 일시 남았던 것에 불과하여 당초의 회식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는 취지다.

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함에 사용한 잣대를 보자.

(1) 근로자가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당한 경우,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누7271 판결,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두6717 판결 등).

(2) 당초 사용자의 전반적 지배·관리하에 개최된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이 종료되었는지 여부가 문제될 때에는 일부 단편적인 사정만을 들어 그로써 위 공식적인 행사나 모임의 성격이 업무와 무관한 사적·임의적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속단하여서는 안 될 것이고, 위에서 든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공정하게 보상하여 근로자보호에 이바지한다고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목적( 같은 법 제1조)에 맞게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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