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 퍼블리시티권 사건


서울서부지법 2010.4.21.  2010카합245 결정 【영문이니셜등사용금지가처분신청】 〈프로야구선수 퍼블리시티권 사건〉

[1] 퍼블리시티권의 의의 및 어떤 사람의 성명 전부 또는 일부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를 변형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도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일반적으로 성명이나 초상 등 자기동일성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라고 설명되는 퍼블리시티권은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실정법이 존재하지는 않으나, 헌법상의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루는 성명권에는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성명이 함부로 영리에 사용되지 않을 권리가 포함된다고 할 것인 점, 특정인의 성명 등에 관하여 형성된 경제적 가치가 이미 인터넷 게임업 등 관련 영업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으므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특정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법상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특정인이 성명이나 초상 등 자기동일성의 상업적 사용에 대하여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권리를 퍼블리시티권으로 파악하기에 충분하므로,

어떤 사람의 성명 전부 또는 일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성명 전부 또는 일부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를 변형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도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것이며,
이러한 퍼블리시티권은 인격권, 행복추구권으로부터 파생된 것이기는 하나 재산권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

[2]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전 동의 없이 위 선수들의 성명을 영문 이니셜로 변경하여 인터넷 야구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사용한 행위가 위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본 사례

1. 기초 사실

가. 채권자들은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이고, 채무자는 게임 제작업체인 주식회사 애니파크로부터 ‘마구마구’라는 명칭의 인터넷 야구게임(이하 ‘이 사건 게임’이라고 한다)을 제작·공급받아 별지 1 목록 기재 각 인터넷 사이트(이하 ‘이 사건 각 사이트’라고 한다)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이 사건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나. 채무자 및 주식회사 애니파크는 이 사건 게임을 제작·유통하는 과정에서 채권자들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채권자들의 성명, 선수시절 소속구단 및 수비 위치 등 인적 정보를 이 사건 게임에 등장하는 야구선수 캐릭터에 사용하였다.

다. 이에 채권자들은, 채무자가 위와 같이 채권자들의 성명 등 인적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채권자들이 자신의 성명을 배타적으로 사용하거나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인 성명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채무자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 2009카합1108호로 성명 등 사용금지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09. 12. 17.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채무자는 이 사건 각 사이트에서 ‘마구마구’라는 게임명으로 운영하는 인터넷 야구게임에 채권자들의 성명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다.

라. 이에 따라 채무자는 2010. 1. 19.경 이 사건 각 사이트에 채권자들을 포함한 은퇴선수 27명의 성명표시가 비실명으로 전환된다는 내용의 공지사항을 게시한 후, 같은 달 20일경부터 채권자들의 선수시절 소속구단 및 수비 위치, 선수시절의 기록 등을 활용한 능력치 등 이 사건 게임의 다른 요소는 변경하지 아니한 채, 채권자들의 성명만을 별지 2 목록 기재 영문 이니셜(이하 ‘이 사건 각 이니셜’이라고 한다)로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다.

2. 퍼블리시티권 침해 여부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채권자들은, 채무자가 채권자들로부터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이 채권자들의 이 사건 각 이니셜을 사용하는 행위는 채권자들이 자신의 동일성(Identify)을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인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채무자는, 법령상 근거도 없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없고, 이 사건 각 이니셜만으로는 채권자들의 동일성을 식별하는 표지가 된다고 볼 수도 없으며, 위 각 이니셜을 사용한 것만으로는 채권자들의 동일성을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 단

일반적으로 성명이나 초상 등 자기동일성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라고 설명되는 퍼블리시티권은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실정법이 존재하지는 않으나, 헌법상의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루는 성명권에는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성명이 함부로 영리에 사용되지 않을 권리가 포함된다고 할 것인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채권자들의 성명 등에 관하여 형성된 경제적 가치가 이미 인터넷 게임업 등 관련 영업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으므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민법상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채권자들이 성명이나 초상 등 자기동일성의 상업적 사용에 대하여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권리를 퍼블리시티권으로 파악하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므로, 어떤 사람의 성명 전부 또는 일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성명 전부 또는 일부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를 변형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도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것이며, 이러한 퍼블리시티권은 채권자들의 인격권, 행복추구권으로부터 파생된 것이기는 하나 재산권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채무자의 위와 같은 행위가 채권자들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소명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채권자들은 전직 야구선수들이고, 채무자는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인터넷 야구게임인 이 사건 게임에 채권자들의 이 사건 각 이니셜을 사용한 점, ② 채무자는 이전에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채권자들의 성명, 선수시절 소속구단 및 수비 위치 등 채권자들의 인적 정보를 이 사건 게임에 등장하는 야구선수 캐릭터에 사용하였다가 이를 금지하는 가처분이 발령되자, 이 사건 게임의 다른 요소는 변경하지 아니한 채, 채권자들의 성명만을 이 사건 각 이니셜로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고, 이용자들에게 채권자들의 성명을 이니셜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공지까지 하였으며, 이 사건 게임의 이용자들에게는 이 사건 각 이니셜이 채권자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쉽게 인식되고 있는 점, ③ 채무자가 이 사건 게임에 채권자들의 이 사건 각 이니셜 등 인적 정보를 사용한 것은 채권자들의 활동에 대한 사실의 적시나 의견의 표시 등 의사표현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이 사건 게임의 캐릭터를 개별적으로 특정하기 위한 명칭의 도구로 활용한 것으로서 그 사용에 공공의 관심이나 이익이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는 채권자들의 동의 없이 채권자들의 자기동일성의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하여 채권자들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들은 그 침해의 금지를 구할 권리가 있다.

또한 채권자들이 이 사건 각 이니셜 등 자기동일성의 경제적 가치를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는 그 인격적 특성과 밀접한 관계에 있어 전적으로 이를 재산적 가치로만 환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채무자는 이 사건 각 이니셜을 현재까지도 계속하여 이 사건 게임에 사용하고 있으므로, 그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채무자가 이 사건 게임에 채권자들의 이 사건 각 이니셜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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