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없는 살인사건


1. 개요

가. 사건: 부산고등법원 2011노335

나. 판결요지

소위 시체 없는 살인사건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살인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사례

비록 피해자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여러 정황상 피고인이 피해자를 ‘불상의 장소에서 불상의 방법으로’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결에 대하여, 

① 공소사실에 피해자의 구체적인 사망경위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피해자의 살해에 관한 피고인의 범행방법이나 구체적 행동 등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살해에 사용된 도구나 약물 등 피고인의 사건 당일의 행적과 피해자의 사망이 직접 관련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물적 증거도 제출된 것이 없는 점, 

② 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의 일시 경에 사망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부검 등을 통하여 그 사망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아니하였고, 피해자의 사망 후 타살로 인정할 만한 근거가 되는 사체 외부의 상처 또는 혈흔이나 체액, 토사물 등의 흔적이 남아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없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인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다만 제1심이 무죄로 선고한 사체유기죄만을 유죄로 인정.

다. 결과: 무죄


영미법상 "no body, no murder" 법리


(2)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살인죄로 기소할 수는 있다. 물론 역사적이긴 하지만 이런 유형의 케이스가 입증이 극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소 여부는 다른 종류의 증거, 통상 정황증거에 달려있다. 법정과학의 발달로 인해 이러한 유형의 범죄가 무죄로 방면되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금까지 시체가 발견되지 않고 기소된 사건이 미국내에서는 350여건이 넘는다. 

(3) 존 그리샴의 소설 "의뢰인"은 마피아가 숨겨놓은 시체의 위치를 알게 된 어떤 소년이 마피아의 살해위협을 피해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소설의 모티브 중 하나가 "시체없이 기소할 수 없다."라는 법리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2. 살인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 및 법원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93. 2.경 ○○○○○대학교를 졸업한 후 1997. 11. 18.경 같은 대학교 출신인 방○과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하지 아니한 채 동거하던 중 1998. 11. 6.경 딸 손○○을 낳았다.
피고인은 방○의 승낙을 받지 않고 방○의 인감도장을 이용하여 부산 수영구 ○○○ 동사무소에서 방○의 인감증명 수통을 발급받은 다음 1997. 11.경부터 1999. 2.경까지 사이에 방○을 계약자로 하거나 연대보증인으로 하여 차량할부구입계약을 체결한 후 다른 사람에게 이를 매도하겠다고 속여 그로부터 차량 매도대금 수백만 원을 지급받은 후 위 차량할부계약을 해약해 버리는 소위 ‘차치기’ 등의 방법으로 여러 사람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편취한 범죄사실로 사기죄 등으로 고소되어 1999. 3. 26.경 구속되기에 이르렀고, 1999. 10. 15.경 부산지방법원에서 사기죄 등으로 징역 8월을 선고받아 그 무렵 위 형이 확정되었으며, 한편, 방○으로부터 1999. 4. 22.경 방○과 피고인의 사실혼관계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범죄행위로 말미암아 파탄되었음을 이유로 사실혼관계 해소에 따른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당하여 1999. 11. 2.경 ‘피고인은 방○에게 사실혼 관계의 부당파기에 대한 위자료로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고 그 무렵 동인과 헤어지면서, 그때부터 노모인 박○○ 및 딸 손○○을 부양하는 가장으로서 생활하게 되었다.

그 후 피고인은 학원강사로 전전하던 중 손○○이 2004. 12. 9.경부터 2008. 3. 10.경까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투병을 하여 입ㆍ퇴원을 반복하는 바람에 생활이 궁핍해지자 2005. 12. 13.경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고 의료보호대상자로 지정받게 되었다.
피고인은 2005. 4. 8.경부터 2010. 4. 22.경까지 어머니인 박○○ 명의로 위 ○○○○○○○○○ 아파트 ○○동 ○○호 시가 220,000,000원 상당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위 아파트에는 채권자 ○○○○○○은행 등 채권최고액 합계 242,000,000원 상당의 근저당권 3개가 설정되어 있어 별다른 재산적 가치가 없었고, 2008. 10. 1.경부터 부산부산진구 ○○○○○○에서 어머니인 박○○ 명의로 ‘○○○○○○○어학원’을 운영하였으나 영업이 부진하여 2009. 4.경 위 학원을 임○○에게 처분하였으며, 2009. 2. 19.경부터 같은 ○○○○에서 ‘○○○○○’라는 상호로 커피점을 운영하였으나 이마저 영업이 부진한데다가 2010. 1.경 자궁근종수술까지 받게 되자 위 커피점을 폐업하여 재산이나 일정한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였던 반면, 부채는 위와 같이 근저당권이 설정된채무를 제외하고도 ○○○조합에 대한 채무 50,000,000원, ○○○○금융재단에 대한 채무 20,000,000원, ○○○○자활센터에 대한 채무 25,000,000원, 개인채무 10,000,000원,○○○○ 파이낸셜에 대한 채무 1,000,000원 등 합계 106,000,000원 상당에 이르렀고, 피고인이 주식회사 ○○○○○○○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여 위 회사가 2010. 3. 18.경 피고인이 살고 있던 위 아파트에 대하여 강제경매를 신청하자, 피고인은 2010. 4. 22.경 이○○에게 위 아파트를 매도한 후 부산 부산진구 ○○○○○ ○○○○○아파트 ○○동 ○○호를 임차보증금 10,000,000원, 월세 800,000원에 임차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2003.경부터 당시 대학생이던 13살 연하의 김○○과 사귀면서 연인으로 지냈는데, 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김○○ 및 그의 부모에게 “아버지로부터 20억 원 상당의 유산을 상속받았으니, 결혼하여 함께 해외로 나가 살자”라고 말하는 등 재력을 과시하면서 2009. 8.경부터 월 차임 890,000원에 그랜저 승용차를 임차하여 타고 다니며 김○○에게 용돈과 값비싼 선물을 주고 고급음식점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등으로 많은 돈을 소비하여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데, 2010. 1.경 내연남 김○○에게 그동안 숨겨오던 자신의 결혼 경력 및 혼외자의 존재가 알려져 김○○으로부터 결별을 통보받자, 김○○에게 동인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하며 인터넷에서 타인의 태아사진을 내려받아 김○○과 동인의 새로운 여자친구에게 휴대전화로 전송하여 결국 김○○과 여자친구가 헤어지도록 하는 등 김○○에게 과도한 집착을 보이면서 동인과의 불화로 심한 정신적 압박감을 느끼며, 그 관계 복원 및 새 출발을 위해 많은 자금과 새로운 신분이 필요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2010. 1. 15.경 ‘○○○ 조합’을 속이고 창업자금 명목으로 50,000,000원을 편취하고 부동산임대차계약서를 위조ㆍ행사한 범죄사실로 위 조합으로부터 고소되어 2010. 2. 11.경 부산진경찰서에서 피의자로 조사를 받자, 이전에 구속되었던 경험이 있는 피고인으로서는 이번에 또 구속되면 자신은 물론 모든 가족이 파멸될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위기감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피고인은 위 제1항 기재와 같이, 우정사업본부, ○○○○○생명을 각 기망하여 보험금 명목으로 합계 136,512,000원 상당을 편취하고, ○○○ 조합을 기망하여 창업자금 명목으로 50,000,000원을 편취하였으며, ○○○○금융재단을 기망하여 창업자금 명목으로 20,000,000원을 편취하고, 부산광역자활센터를 기망하여 창업자금 명목으로 25,000,000원을 편취하는 등 합계 231,512,000원을 편취하였으나 채무변제, 생활비,유흥비 등으로 모두 탕진하여 이로써도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어렵게 됨은 물론, 내연남인 김○○과의 관계 복원 및 새 출발을 위해 많은 자금과 새 신분이 필요한 상태에서,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재판 진행 중이었으나 합의할 능력이 되지 않아 구속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거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다음, 사회적 인간관계가 단절되어 사라지더라도 주변 사람이 찾지 않을 여성 노숙자를 구해 살해한 후 마치 피고인이 사망한 것처럼 위장하여 위 보험금을 수령함으로써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함과 동시에 위 형사재판도 처벌을 면하는 등 일거에 모든 어려움을 해결하고 위와 같이 수령한 보험금으로 연인인 김○○과의 관계도 복원한 후 새로운 신분으로 세탁한 다음 동인과 함께 외국으로 나가는 등 새 출발을 할 것을 마음먹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피고인을 피보험자”로 하고 “피고인의 어머니를 보험수익자”로 하여 2010. 3. 8.경 ○○○○○○○보험에 사망보험금 650,000,000원으로, 같은 달 8.경 ○○○○○○○○○보험에 사망보험금 250,000,000원으로, 2010. 5. 6.경 ○○○○보험에 사망보험금 200,000,000원으로, 2010. 5. 17.경 ○○○○○○보험에 사망보험금 900,000,000원으로, 2010. 6. 9.경 ○○○○○○○○○○보험에 보험금 150,000,000원으로, 2010. 6. 14.경 ○○○○○○○○○보험에 사망보험금 600,000,000원으로, 2010. 6. 15.경 ○○○○○○○보험에 사망보험금 600,000,000원으로 각 보험 청약한 후 각 1회 보험료로 합계 3,083,260원을 그 무렵 지급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적당한 ○○○○○를 물색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 중 2010. 3. 15.경 대구 중구 ○○○○○○○○에 있는 민○○ 목사가 운영하는 ○○○○○쉼터인 ‘○○○○○○○○○’ 인터넷 카페에 회원등록을 하고 사실은 자신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지 않고 있음에도 위 카페에 허위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30대 ○○○○○ 중 자립의지가 있는 분과 일하고 싶다’는 취지로 글을 올린 다음, 민○○ 목사와 수회에 걸쳐 같은 취지로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그 간 폰으로 통화하는부모가 없거나 찾아오지 않는 사람을 찾았다, 꼭 방문하겠다’고 말하는 한편, 2010. 4. 7.경부터 2010. 6. 16.경까지 사이에 ○○○○○아파트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살해 방법과 ○○○○○를 탐색하기 위해 ‘메소밀’, ‘그라목손 냄새’, ‘살인방법’, ‘사망신고절차’, ‘부산 ○○○○○’, ‘○○○○○쉼터’, ‘살충제’, ‘부산 원예용 살충제’, ‘메소밀 냄새’, ‘메소밀 중독’, ‘메소밀 음독’, ‘메소밀 100㎖ 음독’, ‘아질산나트륨’, ‘살충제농약음독’, ‘농약음독’, ‘파라코’, ‘질식사’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고 이와 관련된 사이트 접속 및 문서, 뉴스기사 등을 통하여 살해방법 등을 연구하였다.

피고인은 2010. 5. 27.경 인터넷을 통해 범행대상으로 보다 가까이 있어 유인에 용이한 부산지역 ○○○○○를 물색하였으나 여의치 않자, 같은 달 30.경 위 ‘○○○○○○○○○’을 방문하여 피해자 김○○(여, 26세)를 만나 피해자에게는 연락하는 가족이나 지인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후,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결심하고, 자신의 사기 등 피고사건 공판기일(2010. 6. 17. 10:45) 전날인 2010. 6. 16. 19:00경 ‘○○○○○○○○○’으로 피해자를 데리러 가 “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보모로 근무하면 월급으로 130만 원을 주고 가까운 대학에서 공부를 시켜 보육사자격증까지 취득하게 해 주겠다”는 감언이설로 피해자를 유혹하여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부산으로 데리고 와

2010. 6. 17. 02:30경부터 04:00경까지 사이에 부산 불상의 장소에서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원심 판단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1)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은 경제적 능력이 없음에도 이 사건 범행 전에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는 다수의 생명보험에 가입하여 1회 월 보험료로 약 300만원 정도를 납부하였고, 인터넷을 통해 농약 종류 및 사망보험금, 사망신고절차 등의 내용을 검색하였으며, 연고 없는 여성을 물색하던 중 대구의 ○○○○○쉼터에서 기거하고 있던 피해자에 접촉하여 취직시켜주겠다면서 이 사건 범행 직전인 2010. 6. 16. 대구에 가서 피해자를 승용차에 태워 부산으로 데리고 왔다. 

그 다음날인 2010. 6. 17. 05:00경 피고인이 피해자를 부산 ○○○○병원 응급실에 태우고 와서 당직의사 및 간호사에게 피해자가 심장이 좋지 않았던 것처럼 말하였는데, 당시 피해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피고인은 위 병원에 환자의 이름을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으로 하여 접수하였다. 

피해자의 사망이 확인된후 피고인은 피해자가 머물고 있던 노숙자쉼터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화장장에서 사체의 인적사항을 피고인의 이름으로 하여 접수하였고, 검안의사에게 피해자의 사망원인을 심장질환으로 인한 돌연사라고 이야기하여 사체검안서를 발부받아 피해자를 화장한 후 재를 바닷가에 뿌렸다. 

피해자의 사망 후 피고인은 인터넷으로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과 보험금 지급 등에 관한 내용을 검색하였으며, 피해자의 사망사실을 모르는 대구 ○○○○○쉼터 운영자인 민○○을 기망하여 금원을 편취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사망신고를 한 후 이를 근거로 보험회사에 보험금 청구를 하였고, 피해자의 이름으로 운전면허시험에 응시하였다.

(2) 판단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고 이에 대한 직접적 증거가 없으나, 공소 범죄사실을 인정할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유죄의 심증은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도 형성될 수 있는 것인바,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한다 하더라도 전체증거를 상호 관련 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증거들에 의하여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해자가 병원 응급실 도착 전에 이미 사망한 점, 
② 의학적으로 심장질환이 없는 20대 중반의 여성에게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 뿐만 아니라 급사의 가능성의 거의 없는 점 및 피해자의 과거 3년간 건강검진 결과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자연사했을 가능성은 희박한 사정, 
③ 피해자가 부산으로 오게 된 경위, 부산으로 오는 중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유족들의 진술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살가능성이 거의 없는 점, 
④ 이 사건 공소사실이 비록 ‘불상의 장소에서 불상의 방법’으로 살해한 것으로 되어 있더라도 공소사실이 특정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⑤ 이 사건 이전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데리고 온 경위, 피해자의 사망시기나 사망무렵의 행적, 피고인의 인터넷 검색내용, 피해자대신 피고인의 이름으로 병원접수를 한 이유 등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내용이 수차 번복되거나 경험칙상 도저히 신빙하기 어려운 점, 
⑥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중에도 다수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후 노숙자를 물색하고 인터넷으로 독극물과 살해방법 등을 검색하였으며, 병원에서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행세하고 사후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한 사실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보험금 수령 목적의 살해동기가 있었음이 충분히 추정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은 넉넉히 유죄로 판단된다.

다. 당원의 판단

살피건대, 공소 범죄사실에 대한 목격자나 객관적 물증 등의 직접증거가 없어도 간접증거를 상호 관련 하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나(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4도7028 판결, 1999. 10. 22. 선고 99도3273 판결 등 참조), 사형의 극형이 법정형으로 규정된 살인죄에 대하여 간접증거를종합하여 유죄를 인정함에 있어서는 공소사실에 대한 관련성이 밀접한 증거들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고 신중한 판단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특히 이 사건과 같이 피해자의 사체에 대한 정확한 검안이나 과학적 부검절차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채 사체가 화장되었고 범행의 수단 및 방법에 관한 직접증거도 없는 사안에서 범행전체를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살인죄의 죄책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선결적으로 증명되어야 함은 물론이요 검사가 제출한 간접증거들을 종합하여 고찰할 때 결국 피해자의 사망이 살해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임이 직접 증거가 있는 경우와 동등한 정도로 평가될 수 있을 만큼의 엄격한 증명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당원은 이러한 전제하에서, 이하에서 피해자 김○○의 사망원인을 타살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 및 그 사망이 살해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인지에 관하여 차례로 본다.

(1) 먼저 피해자의 사망원인에 관하여 본다.

(가) 피해자의 사망시기 및 원인

① 피해자의 사망시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해자가 2010. 6. 17. 05:00경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여 심폐소생술 받을 당시 이미 얼굴 등에서 청색증이 진행되었고 심전도 검사상 전기적 반응이 거의 없는 상태였으며, 체온이 정상인에 비하여 많이 낮은 상태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사실관계 및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임상적으로 이미 사망하여 심장이 멈춘 사람이라도 15분 후까지는 심전도 검사상 전기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점, 일반적으로 사후 1시간 내에는 체온의 변동이 거의 없고 그 후 1시간당 평균 0.7℃가량 체온이 하강하게 되는 점, 당시 당직의사는 피해자가 응급실 도착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응급실 도착 전 20분에서 2시간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해자는 응급실 도착 전에 이미 사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② 피해자의 돌연사 가능성 유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 및 당심증인 정○○, 민○○의 각 증언을 종합하면,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심장질환 등의 질병을 앓고 있지는 않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반면에 피해자의 키는 144.4cm, 몸무게는 51.2kg2)(2009.11. 23. 건강검진 결과)로 상당한 과체중이었던 사실, 심전도는 정상이었으나 잦은 음주 등으로 인하여 평소 간의 수치가 일반인에 비하여 두 배 이상 높은 정도로 간장의 상태가 좋지 않았던 사실[건강검진시 감마지티피수치(여성은 8-35가 정상)가 2007. 11.17. : 67, 2008. 12. 22. : 57, 2009. 11. 23. : 27], 자궁미성숙으로 인하여 월경이 없어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였던 사실, 불우한 가정환경 및 남자친구와의 갈등관계 등으로 인하여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여러 차례 병원 진료를 받았으며 여러 종류의 치료약을 복용하였던 사실, 대구의 ○○○○○쉼터(선한 사마리아인의 집)에서 생활할 때도 평소 흡연을 하였던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건강 및 심리상태는 평균 또는 그 이하의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비록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겠으나, 피해자가 치료약 등의 복용 및 간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의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직전의 음주 등으로 인한 급성간성 혼수나 심근경색 등의 원인으로 돌연사하였을 개연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③ 피해자의 자살 가능성 유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 및 당심증인 정○○, 민○○의 각 증언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위 ○○○○○쉼터에서 생활하면서 대체로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지냈고, 이 사건 전날 피고인의 배려로 부산의 어린이집에 취업을 하게된다면서 들뜨고 설레던 심리상태에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과거 피해자는 부모의 다툼 및 남동생의 품행문제 등으로 인하여 위 ○○○○○쉼터에 입소한 사실, 평소 술 담배문제로 남자친구와의 다툼을 벌이거나 여러 차례 헤어진 적도 있는 사실, 직장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등 사회적․경제적 어려움과 인간관계의 고통을 겪고 있었던 사실, 여성으로서 월경이 없고 자궁미성숙 등으로 인하여 여성호르몬을 복용해야만 하고 아기를 가질 수 없는 상태였던 사실, 이 사건 당시 남자친구와의 이별이나 가족관계에서의 어려움 등으로 인하여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수면중 가위눌리는 일이 잦았던 사실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미약하나마 피해자가 우발적․충독적으로 약물 등을 사용하여 자살을 결행하였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④ 타살가능성 유무
피해자와 같이 별다른 병력이 없는 20대 중반의 여성이 심근경색 등으로 급사할 가능성이나 이 사건 당시 자살을 기도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이므로 피해자가 피살되었을 가능성에 대하여도 심도있게 고찰하여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의 사망원인에 관련된 원심 채택의 증거들로는 ○○○○병원 응급실 의사 김○○, 간호사 최○○, 안○○, 피해자의 사체를 검안한 이○○, 피해자의 사체를 좋은 ○○병원 응급실에서 ○○공원으로 옮겨 화장 등 장례절차를 진행한 김○○의 각 진술이 있는데, 위 각 진술내용은 피해자의 사체에서 농약 등 약물의 냄새가 나지 않았고, 피부에 어떠한 외력의 흔적이라든지 기타 타살을 의심할 만한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는 취지의 것인데다가, 위 각 증거들에 의하면 2010. 6. 17. 05:00경 피고인에 의하여 병원으로 후송되었을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는데, 독극물 등에 의한 사망을 추정할 만한 토사물 등이 피해자의 의복이나 몸 또는 차량에서 발견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해자가 타살되었다고 쉽사리 확신하기도 어렵다.

(나) 소결론

위 인정의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타살일 가능성이 제법 높은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우나 사체가 이미 화장되어 존재하지 아니하고 사망 당시의 행적 등이 밝혀지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 그 외에 자연사(돌연사) 또는 자살일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해자의 사망원인만을 놓고 본다면 이는 의학적으로 ‘원인불명’에 가까운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그렇다면, 더 나아가 피해자의 사망이 살해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으로 인정할 증거가 있어야만 비로소 피고인이 피해자를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 살해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2) 다음으로 피해자의 사망이 살해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가)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있었는지 여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 및 당심증인 민○○, 정○○의 증언을 종합하면 

① 피고인이 전남편과 헤어진 후 노모와 딸을 부양하면서 2010. 1.부터는 실직상태라 일정한 수입도 없이 거액의 부채만을 안고 있는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연하의 애인인 공소외 김○○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고급차를 빌려 사용하고 연애비용 및 부채변제비용 등으로 과다한 금전을 소비하는 바람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는 등 궁지에 몰린 형편에서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거액의 월 보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피고인을 피보험자로 하는 다수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이후 노숙자를 물색한 사실, 
②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 이전에 인터넷에서 독극물과 살해방법 등을 여러 차례 검색한 사실 
③ 피고인이 우연히 목사 민○○이 운영하는 ○○○○○쉼터인 ‘○○○○○○○○○’ 인터넷카페 접속한 후 위 카페에 가끔씩 접속하다가 민○○에게 자신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거짓말한 후 피해자에게 공부도 시켜주고 자신이 일하는 어린이집에 취직시켜주어 월급도 많이 주고 대학도 보내서 자격증을 따게 해주겠다는 등의 말로 피해자를 유혹하여 부산으로 데리고 간 사실, 
④ 피해자는 당시 가족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아니하여 가족들도 평소 피해자가 기거하고 있는 노숙자쉼터를 방문하는 등의 관심을 표시한 바 없었으므로 피고인이 연고 없는 범행대상으로 피해자를 지목하였던 것으로 충분히 추론할 수 있는 사실, 
⑤ 피고인이 병원이나 화장장에서 피해자의 사망원인을 심근경색으로 인한 돌연사로 판정받기 위하여 극력 노력하였고, 피해자의 사망 이후 피해자의 사체를 이용하여 마치 피고인이 사망한 것처럼 가장하고 보험금을 편취하였거나 편취하고자 기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에게 마치 생존해 있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금전적 손해를 입히고 도망한 것처럼 거짓말하여 금원을 편취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인정사실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극도의 경제적 궁핍을 모면할 목적으로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는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후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가장하는데 필요한 사체를 획득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유인하여 살해할 동기가 충분히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나) 피고인 진술 및 변소의 신빙성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당초 피해자를 알게 된 경위와 병원에 데리고 가기까지의 구체적 과정에 관하여 진술을 번복하였고, 인터넷으로 독극물 등에 관한 내용을 검색한 적이 없다고 하다가 객관적 증거가 나타나자 이를 시인하였으며, 피해자를 부산으로 데리고 온 경위에 대하여도 전후 모순되는 진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친척집에 데려다 줄 목적으로 부산에 함께 왔다고 주장하면서도 무슨 이유로 밤새도록 피해자와 함께 부산의 각지를 헤메고 다녔는지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고(피고인은 당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자신에게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부산의 바닷가 등을 구경시켜달라고 하여 맥주 등을 사주면서 늦게까지 함께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해자가 사망한 후 순간적․우발적으로 피해자의 죽음을 이용하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나서 응급실에서 환자를 피고인의 이름으로 등록하였다는 취지로 변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진술의 번복과정이나 진술내용을 볼 때 피고인의 주장중 상당 부분은 경험칙이나 논리법칙상 쉽사리 수긍하거나 신빙할 수 없는 것이다.

(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실제로 살해하였는지 여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자세히 기재된 피고인의 범행동기 등을 제외한 살인범행의 핵심적인 내용의 요지는 “
피고인은 2010. 5. 30.경 ‘○○○○○○○○○’을 방문하여 피해자 김○○(여, 26세)를 만나 피해자에게는 연락하는 가족이나 지인이 없다는점을 확인한 후,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결심하고, 2010. 6. 16. 19:00경 피해자를 데리러 가 “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보모로 근무하면 월급으로 130만원을 주고 가까운 대학에서 공부를 시켜 보육사자격증까지 취득하게 해 주겠다”는 감언이설로 피해자를 유혹하여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부산으로 데리고 와 2010. 6. 17. 02:30경부터 04:00경까지 사이에 부산 불상의 장소에서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부분에 관한 목격자나 물적 증거 등의 직접증거는 없고 피해자의 사체는 수사기관의 수사 착수 이전에 이미 화장되었으며, 여러 종류의 간접증거들 만이 존재한다

위 간접증거들에 기초한 간접사실은 앞서 원심의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급사하거나 자살하였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점, 피고인의 진술 중 피고인이 피해자를 데리고 온 경위, 피해자의 사망시기나 사망무렵의 행적, 인터넷 검색사실, 피해자 대신 피고인의 이름으로 병원접수를 한 이유 등에 관한 진술내용을 신빙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중에도 다수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후 노숙자를 물색하고 인터넷으로 독극물과 살해방법 등을 검색하였으며, 병원에서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행세하고 사후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한 사정들을 들 수 있다.

위와 같은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의 범행동기가 매우 강렬하고 집요하며 범행계획도 치밀하게 세워진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피고인이 아닌 다른 제3자에 의해 살해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단서도 보이지 아니한다. 
여기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변소가 매우 구차하고 전후 모순이 많아 신빙할 수 없는 사정을 더해 보면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자를 유인하여 살해한 것이 아닐까 하는 매우 강력한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피해자의 구체적인 사망경위가 기재되어있지 않고, 피해자의 살해에 관한 피고인의 범행방법이나 구체적 행동 등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살해에 사용된 도구나 약물 등 피고인의 사건 당일의 행적과 피해자의 사망이 직접 관련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물적 증거도 제출된 것이 없다

또한 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의 일시 경에 사망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앞서 본바와 같이 부검 등을 통하여 그 사망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아니하였고, 피해자의 사망 후 타살로 인정할 만한 근거가 되는 사체 외부의 상처 또는 혈흔이나 체액, 토사물 등의 흔적이 남아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는 이상, 피해자가 자신의 병적 소인이나 체질 또는 사건 당일의 음주 등의 영향으로 사망하였거나,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자살하였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결국 이러한 불분명한 사정들이나 의문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불상의 장소에서 불상의 방법으로’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모두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소결론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비록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살해의 동기를 인정하기에 충분한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고, 피고인이 주도면밀한 사전계획을 통하여 피해자를 대구에서 부산으로 유인하였으며, 피해자가 사망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을 전후하여 피고인만이 피해자와 함께 동행함으로써 시간적․장소적 밀접한 관련성이 존재하는 사정 등의 간접사실들에 비추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범행의 범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불분명한 점과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는 이상
원심이 유죄의 근거로 제시한 위와 같은 증거들은 피고인의 살인범행과 직접 밀접한 관련성 있는 간접증거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위와 같은 간접사실들의 종합만으로는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살인죄의 죄책을 인정할 수는 없다.

한편, 불우한 삶을 살아오던 피해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정에 대하여 그 진실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못한 점에 대하여 이 법원 역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함부로 침해되지 않도록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증거에 의해서만 범죄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증거재판주의의 원칙과 열 명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법정신이 이 사건 뿐만 아니라 모든 형사사건에서의 기본원리가 되어야 함은 움직일 수 없는 명제이다. 만약 이러한 원칙에 소홀하여 일단 외관상 유력한 증명력을 갖추었다고 보이는 간접증거들의 불충분한 연결과 종합으로만 이 사건과 같은 중형이 규정되어 있는 살인죄를 가볍게 인정한다면, 국민의 헌법상 모든 기본권의 기초가 되는 자유권이 침해되고 훼손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피고인의 이 사건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정황과 추론만에 근거하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살인죄의 인정과 관련하여 간접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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