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갑질에 저항한다.

세상의 모든 갑질에 저항한다.
 
1.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을이야.”, “그 사람 갑질한다.”라는 표현이 있다. 과거에 없던 표현이다. 갑과 을이라는 표현은 통상 계약서에서 물건을 제공하는 사람을 갑이라고 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금전을 지급하는 사람을 을이라고 하는 관행에서 유래한 듯 하다. 그러나 앞의 표현에서 갑이란 경제적인 부를 배경으로 하여 거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지위를 남용하여 평등한 계약관계 이상의 뭔가를 요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변질된 것 같다.
그 이면에 돈이면 다야.”라는 돈이 정의야라는 의식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아 몹시 안타깝다.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다양한 말이 있지만, 그 중 억강부약이라는 말이 있다. 강한 것을 누르고 약한 것을 돕는다는 말이다. 이것이 정의는 아니지만 정의의 한 속성을 알기 쉽게 전하는 말이리라.
 
최근에 갑을관계가 전형적으로 투영되어 비극적인 사건으로 번진 일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바로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들의 비하로 자살한 사건이다. 여기에 대해 손해배상을 명한 판결을 소개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017. 3. 10. 선고한 사건이다. 사건번호는 2014가단5356072호 사건이다. 산업재해로 손해배상을 물었는가 보다. 사건명이 손해배상()이다.
 
2. 먼저 사실관계부터 보자. 물론 필요한 부분만 발췌했다.
 
건물관리업을 하는 회사에 경비원으로 입사하여 어떤 아파트의 경비원으로 배치되어 회사의 인사이동 명령에 따라 아파트 특정 동에서 근무한 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 동의 어떤 입주민이 업무미진 등을 핑계로 공개된 장소에서 몇 번이나 심하게 질책하고 욕설까지 했다. 심지어 상한 음식을 먹으라고 건네기도 했다. 심한 인격적 모멸감과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되어 약물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견디지 못하고 병가신청을 했지만 회사에서 거부되고 다시 입주민으로부터 다시 심한 꾸중과 욕설을 듣게 되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이 분은 입주민 차량 안에서 신너를 몸에 뿌리고 분신자살을 기도하였고 결국 중증화상 후유증으로 사망하였다.
 
망인의 유족들은 회사와 입주민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했다. 여기에 대한 법원의 대답은 아래와 같다. (입주민에 대한 청구는 강제조정으로 2,500만원에 종결되었다. 아래 판결은 회사에 대한 것이다)
본문 내용과 전혀 무관한 건물이다.
 

3.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망인은 1△△동에서 근무하는 동안 입주민 F로부터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고, 위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망인의 우울증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이는 점, 1△△동은 F의 경비원들에 대한 과도한 괴롭힘으로 인해 경비원들 사이에 근무기피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었고 피고 회사 역시 이러한 사정을 인지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 회사는 근무기피지에 근무하는 망인의 애로사항 등에 대해 좀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점, 망인은 망인의 상사인 G에게도 F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 근무지를 옮겨 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였으나, G는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취하기보다는 망인의 사직을 권유한 점, 망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피고 회사는 망인의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근무부서를 변경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할 것인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이 입주민과의 심한 갈등으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회사는 피용자인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고, 이로 인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망인 및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한편,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F의 위법한 가해행위와 피고 회사의 보호의무위반으로 인한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F 및 피고 회사가 부담하는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다).
 
유족1에 대해서는 약 1,100만원, 유족23에 대해서는 각각 약 670만원 인정했다.
 
이 판결이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된 갑을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억강부약의 정신에 입각하여 내린 판결이라고 보기에는 여러모로 미흡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위에서 인용한 대법원의 법리를 가지고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높이 살 일이다. 정리 By 마석우 변호사
판결문을 첨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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