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를 끄는 여자와 변호사 어록

캐리어를 끄는 여자를 자문하며 초임 변호사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어드바이스 몇 가지를 작가님께 알려드린 적이 있다. 이 어드바이스를 정리해 본다.
 
1. 선입금 후착수
 
고용변호사로 첫 발을 뗄 때 우리 보스께서 제일 먼저 일러 준 “rule number 1”이다.
변호사는 착수금 들어오기 전에 먼저 일을 착수하지 않는다. 상담 과정에 사정이 딱하여 먼저 기록도 검토하고 첫 서면의 초안까지 잡아놨는데 소송을 포기했다는 말이나 합의가 되어서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때의 허탈감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도 사무장 시절에 최지우 씨도 선입금 후착수를 외치며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약정한 착수금을 받기 이전에 일을 시작하지 말라는 충고를 초짜 마석우 변호사에게 알려주고는 했다.
 
2. 일을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라.
 
선배 변호사께 어떻게 사건 선임의 기반을 충실히 하느냐 물었을 때의 답변이다. 사건 선임의 기반을 두텁게 그리고 넓게 가지기 위해 오로지 그 목적만을 위해 모임에 나갈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현재 사건을 통해 만나고 있는 의뢰인, 그리고 사건을 풀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성실한 모습을 보이라는 말로 들렸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의 마석우 변호사와 같이 초임 변호사 시절에 좌충우돌할지라도 그 열정과 성의를 가지고 몇 년을 버틴다면 선임 기반은 튼튼해지리라.
 
3.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는 150명 안팎이다.
 
룰넘버 2.와 관련이 있는 말이다.
150명의 인원 속에서 사건도 생기고 사건 해결의 단초도 여기에서 나온다는 말을 초년 시절의 나에게 우리 보스께서 해주었다.
 
4. 분쟁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라.
 
중요 사건의 가처분 사건에서 결과가 안 좋게 나왔을 때 대책 회의를 할 때 보스가 내게 한 말이다.(궁극적으로는 승소했던 회사경영권 관련 사건이었다)
질책이 두려워 미팅에 참석하는 것을 두려워 하던 때였다. 사건이 악화되어 관계자들이 더욱 절박해진 순간 변호사까지 무너지지 말고 용기 있게 분쟁의 중심으로 뛰어들라고 했다. 오히려 사람들은 나의 입에 주목하게 되고 사건이 변호사를 중심으로 돌면서 추가 선임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지금도 상황이 악화될 때마다 되뇌이는 말이 되었다.
 
5. 중요 사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미묘한 부분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거액이 걸려 있는 중요사건이라면 상대 변호사도 만만치 않게 대응하게 마련이다. 온갖 논리와 설명, 찾을 수 있는 증거들이 요령껏 제시된다. 초기에 아무리 쉽고 단순해 보여도 그 결과가 큰 경우에는 상대방도 만만치 않은 변호사에게 일을 맡기게 된다. 사건이 승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게 치닫게 되는 건 순간이다.
이때 사건 해결에 필요한 중요 단서는 아주 미묘한 부분에 있을 수 있고 그곳에 주목하라는 말이다. 이것이 박진감 있게 법정에 현출되는 순간 상대방이 애써 쌓은 그림을 와르르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석우변호사 명함,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 부분 캡쳐



이런 충고들이 10여년 전에 변호사로 첫 시작을 할 때 우리 보스께서 나에게 해줬던 말들이다이 말이 새겨져서 지난 시절 나를 버티게 했다.

그런데 나는? 10년차되는 변호사로서 나는 우리 후배들에게 어떤 어드바이스를 해 줄 수 있을까변호사 어록 시즌2를 기대하시라. by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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