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유신시대 긴급조치 위헌 사건


[헌재] 유신시대 긴급조치 위헌 사건
헌법재판소 2013. 3. 21. 선고 2010헌바132 구 헌법제53조 등위헌소원

[결정 요약문]

헌법재판소는 2013. 3. 21.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유신 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발의·제안 또는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는 행위 등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비상군법회의 등에서 재판하여 처벌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 유신헌법 제53조에 근거하여 발령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제2호 및 제9호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아래와 같이 선고하였다. 
1. 대통령긴급조치도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므로 이에 대한 위헌심사권한은 헌법재판소에 전속한다. 
2. 대통령긴급조치의 위헌성을 심사하는 준거규범은 원칙적으로 현행헌법이다. 
3.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제2호 및 제9호는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며, 참정권,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므로,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 

[결정문]

사건의 개요

(1) 청구인 오OO은 1970년대 유신체제 하에서 긴급조치 제2호에 의하여 설치된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위반으로 징역 등의 형을 선고받았다. 
위 청구인은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청구를 하였고, 그 소송계속 중 구 헌법(유신헌법) 제53조와 긴급조치 제1호, 긴급조치 제2호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각하되자, 2010. 2. 3.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당해사건 법원은 위 청구인에 대한 재심을 개시하였고, 2010. 12. 16. 대법원은 긴급조치 제1호 위반의 점에 대해서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0도5986). 
(2) 나머지 청구인들은 1970년대 유신체제 하에서 긴급조치 제9호위반으로 징역 등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재심청구를 하였고, 그 소송계속 중 유신헌법 제53조와 긴급조치 제9호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각하되자, 2010. 2. 16., 2010. 4. 14. 헌법소원심판들을 청구하였다. 


1. 이 사건 긴급조치들은 최소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그 위헌 여부 심사권한은 헌법재판소에 전속한다. 

2. 이 사건 긴급조치들의 위헌성을 심사하는 준거규범은 유신헌법이 아니라 현행헌법이다.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은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의 적용은 배제되고, 현행헌법에 따라 이 사건 긴급조치들의 위헌성을 다툴 수 있다. 

3. 긴급조치 제1호, 제2호의 위헌 여부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 

긴급조치 제1호, 제2호를 선포하면서 같은 날 발표한 대통령특별담화에 따르면, 긴급조치 제1호, 제2호를 통해 대처하고자 하였던 ‘국가의 기본질서와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하는 중대한 위협’은 일부 인사들과 불순분자들이 ‘선동과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유포시키면서 사회혼란을 조성하여 헌정질서인 유신체제를 부정하고 이를 전복하려 드는 것’이었으며 특히 ‘개헌청원서명운동’을 그 예로 특정하고 있다. ‘반유신적 언동’을 계속하고 음성적이고도 지능적인 위계방법으로 ‘불온한 활동’을 계속하면서 ‘동조세력의 확대 시도’를 하는 그들의 활동을 그대로 방치하면 국가의 안전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긴급조치 제1호, 제2호를 제정하고 선포한다는 것이었다. 

헌법의 전문과 본문의 전체에 담겨 있는 최고 이념은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입헌민주헌법의 본질적 기본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기타 헌법상의 여러 원칙도 여기에서 연유되는 것이므로 이는 헌법전을 비롯한 모든 법령해석의 기준이 되고, 입법형성권 행사의 한계와 정책결정의 방향을 제시하며, 나아가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이 존중하고 지켜가야 하는 최고의 가치규범이다. 
헌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고 다른 내용의 헌법을 모색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보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서, 가장 강력하게 보호되어야 할 권리 중의 권리에 해당한다. 무릇 집권세력의 정책과 도덕성, 혹은 정당성에 대하여 정치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국민이 시행 중인 헌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하면서 그 헌법의 개선책을 모색하여 진일보한 국가공동체의 미래상을 지향하는 태도를 부정적으로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책임 있는 국민의 자세로 마땅히 상찬받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를 통해 설파하거나 서명운동 등을 통해 자신과 의견이 같은 세력을 규합해 나가는 것은, 국가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우리 헌법의 근본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적인 보장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에 대하여 합리적인 홍보와 설득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려는 공권력의 행사나 규범의 제정은 대한민국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그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 

당시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국민이 유신헌법에 대한 비판적 의사표시나 개헌을 위한 적극적인 의견제시 등을 특정 시기에 집약적이고 집합적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긴급조치와 같은 국가긴급권으로서 대처하여야 할 국가적 비상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긴급조치 제1호, 제2호는 헌법개정을 주장하는 등의 일체의 행위를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행위로 판단하여 제정된 것이므로,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비추어 볼 때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준수되어야 할 방법의 적절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계엄이나 긴급조치와 같은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법치주의적 질서 아래에서 행사되는 정상적인 헌법보호수단에 의해서는 제거할 수 없는 전쟁, 사변, 천재·지변 등과 같은 비상사태(긴급사태)에서만 행사될 수 있는 것이고, 그 비상사태에 대한 판단을 국가원수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그 행사의 목적이 국가의 존립 내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보호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특히 국가긴급권은 일시적인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하고 예외적인 조치이므로 반드시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조치에 한정되어야 한다. 긴급조치 제1호 및 제2호는 국민의 유신헌법 반대운동을 통제하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내용이어서 국가긴급권이 갖는 내재적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이 점에서도 목적의 정당성이나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나. 긴급조치 제1호, 제2호의 구체적 위헌요소 

모든 국민은 헌법의 개정논의를 포함하여 자신의 정치적 의견과 정치사상을 외부에 표현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가지며, 이는 자유민주적 헌법의 근본가치이자 민주정치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유신헌법에 대한 일체의 부정적인 견해 표명 자체를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벌을 과하는 긴급조치 제1호는 전면적이고 광범위하며 극단적인 조치이므로, 최고 수준의 명확성이 요구되며, 이러한 조치는 개별적인 표현행위의 시간·장소나 방법을 제한하는 것으로는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실제로 있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에 해당한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1호는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반대하고 폐지를 주장하는 행위 중 국가긴급권의 발동이 필요한 상황과는 전혀 무관하게 헌법과 관련하여 자신의 견해를 단순하게 표명하는 모든 행위까지 처벌하고,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전혀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으므로, 표현의 자유 제한의 한계를 일탈하였다. 

헌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고 다른 내용의 헌법을 모색하는 것은 주권자이자 헌법제·개정권력자인 국민이 보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서, 가장 강력하게 보호되어야 할 권리 중의 권리에 해당한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1호는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요소인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헌법개정절차에서 가지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 등의 권리, 청원권 등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다. 

또한 긴급조치 제1호, 제2호가 처벌하는 ‘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 ‘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발의·제안 또는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는 일체의 행위’라는 범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그 적용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국민이 무엇이 법률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인지를 예견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유신헌법과 관련하여 자신의 견해를 단순하게 표명하는 모든 행위까지 처벌하고, 긴급조치 제1호 자체를 비방한 사람까지 그 처벌로 ‘15년 이하의 징역 및 자격정지’라는 중형을 부과하도록 한 것은 범죄와 형벌 간의 균형을 현저히 잃은 것이고, 이는 국가 형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이다. 

광범위한 정치적 의사표현행위를 범죄로 처벌하면서도 어떠한 제약 조건도 두지 아니하고, 긴급조치 제1호 제5항은 긴급조치 위반자 및 비방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긴급조치 제2호 제12항은 수사기관인 검찰관이 스스로 영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하여 법관에 의한 구체적 판단 없이 인신구속을 비롯한 수사상 강제처분이 가능하도록 하면서도, 이에 대하여 법관에 의한 아무런 사후적 심사장치도 두지 아니하여, 국가긴급권이 발동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지켜져야 할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한다. 

긴급조치 제1호 제6항은 “이 조치를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 처단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긴급조치 제1호의 내용은 모두 유신헌법에 대한 정치적 표현행위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거나 유언비어 유포행위를 규제하는 것일 뿐이므로, 군사상 필요나 군대의 조직 또는 기능 유지와 관련된 내용이 없고, 비상계엄에 준하여 적과의 교전상태 또는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어서 그 기능을 군대를 통하여 수행하여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가운데 발동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긴급조치 제1호 제6항, 긴급조치 제2호는 일반 국민의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자의적으로 광범위하게 제한함으로써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 것이다. 

다. 소결

긴급조치 제1호, 제2호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헌법개정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4.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여부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 

긴급조치 제9호를 선포하면서 같은 날 발표한 대통령특별담화에 의하면, 긴급조치 제9호는 ‘남침이 가능하다고 북한이 오판을 할 염려가 급격히 증대된 상황’(난국)을 극복하는 최선의 길인 ‘국민총화를 공고히 다지고 국론을 통일하며 국민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총력안보태세를 갖추어 나가는 것’을 위해 긴급조치 제9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침이 가능하다고 북한이 오판할 염려’는 남북이 적대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상존하는 위기상황이고, ‘북한의 남침 가능성의 증대’라는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상황인식만으로는 긴급조치를 발령할 만한 국가적 위기상황이 존재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기존 헌법질서 속에 규정된 통상적인 권력작용의 방식으로는 결코 대처할 수 없는 비상적인 국가위기상황이 현존한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공통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을 때에만 비로소 긴급조치를 발령할 수 있다. 
긴급조치 제9호는 1975. 5. 13. 선포되어 1979. 12. 8. 해제될 때까지 무려 4년 7개월 동안 존속하였고, 이는 유신헌법이 존속하였던 약 7년의 기간 중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는 매우 긴 기간이다. 이는 긴급조치 제9호가 타개해야 할 급박한 국가위기, 즉 북한의 남침 가능성 증대라는 것이 실은 우리 사회가 오랜 기간 겪어 왔고 앞으로도 통일이 될 때까지 혹은 적어도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확립될 때까지 끊임없이 대면해야 할 일상적이고 해결하기 어려운 모순 중 하나였을 뿐임을 방증한다. 

앞서 긴급조치 제1호, 제2호와 관련하여 살핀 바와 같이, 주권자이자 헌법개정권력자인 국민은 당연히 유신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개정을 주장하거나 청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긴급조치 제9호는 이에 대한 국민의 일체의 행위를 ‘남침이 가능하다고 북한이 오판을 할 염려가 급격히 증대된 위기상황’에 대한 ‘국민총화, 국론을 통일, 국민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총력안보태세를 갖추는 대처’를 저해함으로써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행위로 보는 것이므로,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에 비추어 볼 때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통일된 국론의 존재는 개인의 자유가 억압된 전체주의 사회에서 주로 상정하는 것으로, 다원화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총화를 공고히 하고 국론을 통일하는 진정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긴급조치 제9호는 국민총화와 국론통일이라는 목적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유신헌법을 반대하는 정치적 의사를 내란이나 변란 등을 통해 표현하는 것은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허용될 수 없으나, 이는 통상적인 헌정질서 하에서도 금지되는 행위들이므로, 별도의 국가긴급권을 발동할 필요도 없이 형법 등 관련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충분히 규율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긴급조치 제9호는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준수되어야 할 방법의 적절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나. 긴급조치 제9호의 구체적 위헌요소 

긴급조치 제9호에서도 유신헌법의 제·개정 논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헌법개정권력주체인 국민의 주권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다. 

긴급조치 제9호에서도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그 범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할 뿐 아니라 그 적용범위가 광범위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또한 긴급조치 제9호는 행위의 경중을 구체적·개별적으로 살피지 아니하고 일체의 행위와 긴급조치 제9호 자체를 비방한 자까지 1년 이상의 징역형 등으로 처벌하고 있는데, 이는 범죄와 형벌 간의 균형을 현저히 잃은 것이고, 국가 형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이다. 

긴급조치 제9호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 또는 수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이는 헌법상 보장된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한다. 

긴급조치 제9호는 허가받지 않은 학생의 모든 집회 시위와 정치관여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학생의 제적을 명하고 소속 학교의 휴업, 휴교, 폐쇄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이는 집회 시위의 자유,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자치의 원칙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며, 행위자의 소속 학교나 단체 등에 대한 불이익을 규정하여,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것이나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않고 책임부담의 범위도 스스로 결정한 결과 내지 그와 상관관계가 있는 부분에 국한됨을 의미하여 책임의 한정원리로 기능하는 헌법상의 자기책임의 원리에도 위반된다. 

다. 소결

긴급조치 제9호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헌법개정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결정의 의의] 

1.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이 사건 긴급조치들에 대한 위헌심사권한은 헌법재판소에 전속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2. 이 사건 긴급조치들의 위헌성을 심사하는 준거규범은 원칙적으로 현행헌법임을 확인하였다. 

3. 긴급조치 제1호에 대하여는 대법원에서 당해사건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되었고,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하여는 재심청구가 기각되어, 종래의 선례에 따르면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나, 긴급조치 제1호에 대하여는 법률과 같은 효력이 있는 유신헌법에 따른 긴급조치의 위헌 여부를 심사할 권한은 본래 헌법재판소의 전속적 관할 사항인 점, 법률과 같은 효력이 있는 규범인 긴급조치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있는 점, 당해사건의 대법원판결은 대세적 효력이 없는데 비하여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대세적 기속력을 가지고 유죄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사유가 되는 점(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 제3항) 등에 비추어 예외적으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였고,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하여는 유신헌법 당시 긴급조치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된 사람은 재심대상사건 재판절차에서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다툴 수조차 없는 규범적 장애가 있었으므로, 그 재심청구에 대한 재판절차에서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비로소 다툴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일반 형사재판에 대한 재심사건과는 달리 긴급조치 위반에 대한 재심사건에서는 예외적으로 형사재판 재심절차의 이원적 구조를 완화하여 재심 개시 여부에 관한 재판과 본안에 관한 재판 전체를 당해사건으로 보아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였다. 

4.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및 제9호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헌법개정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학문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므로,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명확히 선언하였다.

5. 이번 위헌결정을 계기로, 과거 유신체제하에서 선포된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및 제9호 위반으로 처벌받은 많은 사람들이 재심소송을 통하여 일괄적으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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