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보험금 지급면책사유로서의 방화

1. 화재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바로 보험금청구가 허용되고 이 화재가 방화나 실화에 의한 것이 아닌 것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보험금을 내주지 않으려는 보험회사의 몫이다.


상법은 화재의 원인 여하를 묻지 않고 화재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라면 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면서 다만 화재가 보험계약자측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상법 683조, 659조)

화재 발생의 우연성 여부를 불문하고 화재 발생에 의해 손해가 발생한 것을 화재보험청구권의 성립요건으로 하면서 다만 보험계약자측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해 보험사고(화재)가 발생한 경우라면 보험금청구권이 면책되는 구조로 책임 구조를 짜고 있다. 화재의 발생이 보험금청구권의 성립요건이라면 고의에 의한 화재(방화), 중대한 과실에 의한 화재(중실화)는 면책사유, 항변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재로 인한 피해자라면 그 누구라도 일응 보험금을 보험회사에 청구하고 소송 과정에 보험회사가 화재가 방화 내지 실화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해야만 자신의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된다. 보험계약자측에서 미리부터 화재가 방화 내지 실화가 아니라 우연히 발생한 것이라는 점까지 주장하고 입증할 필요는 없다.

화재보험은 화재로 인해 피보험자가 입는 손해가 막대하다. 통상 생활의 기반을 잃게 된다. 신속하게 손해를 전보할 필요가 그 어떤 경우보다 절실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화재로 보험목적인 재산을 잃은 피보험자가 그 화재 원인을 밝혀서 방화나 실화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한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법은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보험금청구권자(피보험자)가 화재의 발생에 의해 손해를 입은 것을 입증한다면 화재 발생이 우연한 사고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보험사고가 고의나 고의에 비견될 만큼의 중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면 그것이 보험회사에 의해 입증된 경우 보험금지급채무를 면책하도록 한 것으로 해석된다.
요컨대, 이러한 법의 취지와 화재보험 약관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화재의 발생에 의해 손해가 발생한 것을 화재보험청구권의 성립요건으로 하고, 화재가 보험계약자측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임을 면책 사유로 한 것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예전에 소개한 우리 대법원 판례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2.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의 보험금청구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 흔히 보험 약관에 정한 "계약자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화재“인 경우 보험회사가 이를 입증하고 그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약관을 근거로 제시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보험 계약자 스스로나 또는 그 가족, 직원 등에게 지시하여 방화하여 화재를 발생시켰다는 지급거절사유를 주장한다. 실제 판례에서 중대한 과실은 지급거절 사유로 인정된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험금지급거절사유, 보험회사 면책사유로서의 고의적 방화는 어떤 것일까? 민사소송 절차에서의 방화이므로 형사소송절차에서의 방화사건과는 입증에서 차이가 있는걸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가령 형사재판에서 방화죄의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민사에서는 유죄의 취지로 인정되어 보험금지급이 면책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양자가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화재사건 조사시스템상 특히 그렇다.

화재가 발생하면 관할 소방서에서 출동하여 화재를 진압하는 한편 관할 경찰서에서도 현장에 나가 화재원인조사를 하게 된다. 방화와 실화에 대한 혐의점이 없는가를 조사한다. 그 결과 방실화 혐의점이 있게되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마치 변사체가 발견되면 자살과 타살 여부를 규명하여 타살 혐의점이 있는 경우 살인죄 수사를 개시하게 되는 것과 같은 흐름이다. 이때 소방관서에서도 화재원인 조사와 피해내역에 대한 조사가 병행된다. 이 자료가 형사절차 내에서도 활용되지만 민사재판절차에서도 활용되기 마련이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후일로 미루기로 하자. 굉장히 재미있는 대목이라는 점만 미리 밝혀둔다. By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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